2025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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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환자에게 필요한 신체적·영적 보살핌

청년들을 위한 생명 지킴 안내서(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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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 OSV


제10장 삶의 끝에서 – 죽음과 고통의 문제

전개 5. 생명 보존의 의무와 적절한 돌봄의 문제


환자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말기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돌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① 생명과 건강 보존의 의무. 인간은 인격체이며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이나, 아기였을 때나, 병들거나 장애를 가졌을 때나 변함없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생명을 선물 받은 우리는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소중히 지키고 보살필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무에는 병들거나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사실 생명은 가장 약하고 무방비 상태에 있을 때 더 많은 돌봄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② 품위 있는 생의 말기.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도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인격체로서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환자의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서 환자의 생명을 일부러 단축하는 안락사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환자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는 것은 환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며 적절한 돌봄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③ 균형적 치료. 오늘날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늘 ‘치료의 균형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균형적인 치료란, 치료에 따르는 고통이나 부담, 노력보다 환자에게 더 큰 효과와 이익을 가져오는 치료를 말합니다. 반대로 특별한 효과나 이득도 없이, 환자에게 지나친 고통이나 두려움을 주거나 엄청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주는 의료 행위는 불균형적인 치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④ 기본적 돌봄.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기본적 돌봄이라고 하는데, 먹을 것과 마실 것(영양과 수분)의 공급, 통증을 줄여 주는 조치,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오래 누워 있는 환자들은 욕창이 생길 수도 있기에 환자의 자세를 주기적으로 바꾸어 주는 조치(포지션 변경)도 필요합니다.

⑤ 말기 환자의 동반. 생의 말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동료 의식과 동정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사실 환자들은 질병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무력함을 체험하고 그러한 부정적인 느낌에 짓눌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인간적인 희망이 사라졌을 때도 희망을 지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환자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함께 머물러 주는 동반과 영적인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말기 환자 곁에서 사려 깊고 조심스럽게 함께하는 것은 환자에게 신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죽음이 다가왔을 때 도움이 되며, 가족들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오늘날 말기 환자들에 대한 이러한 신체적·영적 돌봄을 ‘호스피스 완화 의료’라고 합니다.


함께 나누어 봅시다

1. 인간다운 생의 말기란 무엇을 말할까요?

2. 생의 말기를 보내는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3. 나의 마지막 순간에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5


덧붙이는 묵상

최근 연명의료 결정의 주체를 임종 직전의 환자에서 말기 환자로 당기는 시도가 눈에 띕니다. 연명의료결정이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의료시술을 일컫습니다.

언뜻 보면 말기 환자에게 적용해도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치료의 가능성 없이 삶만 연장한다면 사는 게 무슨 소용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석 환자를 생각해봅시다. 신장은 대체 불가능한 장기로 한 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처럼 신장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은 신장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수분·전해질 조절, 노폐물 제거를 위해 투석을 받습니다. 투석하지 않으면 금방 목숨을 잃을 환자도 꾸준히 투석을 받았을 때 수십 년을 더 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말기 환자에게 ‘치료’의 가능성이 없으니 죽을 권리를 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권리’라는 그럴듯한 포장 아래 사실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꼭 성찰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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