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깨어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140. 회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회개는 마음을 근본적으로 돌려 삶의 방향을 온전히 하느님께로 돌리는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행위다. 그리고 진정한 방향 전환은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때만 가능하다. 한 주교가 고해성사에 임하는 젊은이의 고백을 듣고 있다. OSV

우리의 하루는 어쩌면 습관이라는 안전하고 익숙한, 그러나 더 위험한 궤도 위에서 흘러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반사적인 일상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기계적인 기도, 반복되는 일상, 심지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판단하는 기준까지 익숙함이라는 틀 속에 갇혀버리곤 한다. 때로 우리는 몽유병 환자처럼 의식 없이 프로그램화된 삶을 살아간다. 불평과 판단, 욕심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도 그것이 ‘내 것’인지 깨닫지 못한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우리를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역설, 그래서 ‘깨어있음’은 낯설고 불편하며,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

유명한 고전 우화인 ‘닭이 된 독수리’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 잠에 빠져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타포다. 누군가 독수리 알을 닭장 안에 넣었고, 그 안에서 자란 독수리는 평생 자신을 닭이라 믿으며 살다가 결국 그렇게 죽는다. 창공을 가르는 동족을 그저 경외의 눈빛으로 올려다보지만, 정작 자신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끝내 깨닫지 못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본래 하느님 사랑 안에서 태어난 고귀하고 자유로운 존재임에도, 익숙함이라는 닭장에 갇혀 스스로를 한계 짓고 살 때가 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고백한다. 게으름, 불평, 판단, 미움, 그리고 늘 반복되는 죄들. “저는 이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고백하지만, 정말 마음이 바뀌고 행동이 달라지는 걸까? 내면의 목소리는 종종 이렇게 속삭인다. 곧 다시 익숙한 궤도로 돌아가겠지. 똑같은 죄 앞에 서게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또 습관처럼 고해성사를 통해 약간의 죄책감을 씻어내며 순간의 위안을 얻으려고 하겠지.

진정한 회개는 단순한 죄의 고백이나 순간의 통회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회개는 마음을 근본적으로 돌려 삶의 방향을 온전히 하느님께로 돌리는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행위다. 그리고 진정한 방향 전환은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때만 가능하다. 깨어있지 않으면 ‘회개’는 형식 속에 갇힌 죽은 언어가 되고 만다.

깨어있음은 추상적이거나 거창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출근길에 끼어드는 차를 보며 욕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려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 기도하면서도 내일 회의 준비와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내 머릿속 소리를 듣는 것. SNS를 스크롤하며 누군가를 판단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의식하는 것. 이렇게 머릿속 구시렁거림을 알아차리고, 자동으로 떠오르는 불평과 판단, 안주하려는 나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 이것이 바로 깨어있는 삶의 태도다.

우리는 깨어있으려 노력하는 중에도 여전히 넘어지고, 같은 죄 앞에 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경험은 번쩍이는 한순간이 아니라, 반복되는 작은 알아차림이 누적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익숙함의 궤도에서 벗어나 초보자의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용기, 닭장 속 안주보다 하늘을 향해 날아볼 준비를 하는 것. 그 순간이 곧 하느님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거룩한 순간이다.

깨어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을 바꾼 사람만이 날개를 펴고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회개는 아마도 닭이라 믿었던 독수리가 처음으로 땅에서 발을 떼는 그 순간일 것이다. 날개를 펼치는 순간의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떨어져 상처를 입을 각오를 한 용기, 그 모든 것이 진정한 회개의 출발점이 아닐까?



<영성이 묻는 안부>

우리는 지금 희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거룩한 시간은 단순히 성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익숙함 속에 잠들어 있지 않은지 성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닭장 속 안락함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 비상을 꿈꿔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회개는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 내 마음과 행동을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 조금 다르게 선택해보는 일입니다. 잠깐 멈춰서 “아, 지금 내가 또 익숙한 패턴에 빠지고 있구나” 하고 느껴보는 것. 그 작은 ‘알아차림의 순간’이 익숙함의 궤도를 벗어날 여지를 발견하게 합니다.

우리는 닭장 속 독수리가 아니라 날개를 펼 수 있는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도 조금씩 해낼 수 있겠구나”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여 줄 용기일 것입니다. 회개는 단순한 뉘우침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익숙함에 안주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하느님께로 몸과 마음을 돌리며 행동을 바꾸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회개의 시작입니다.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3)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2-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2. 3

시편 36장 10절
정녕 주님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주님 빛으로 저희는 빛을 보나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