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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승리 확신하는 새로운 삶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27)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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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시기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때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미 오신 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림은 역설적이다. 그런데 실은 이 역설이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며, 그리스도인 삶의 진수다. 문제는 이 역설을 무심코 지나치고 만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수원교구 사무국이 개최하는 심포지엄에서 발제할 기회가 있었는데, 2027 서울 WYD의 주제성구인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에 나타난 희망의 의미에 관한 발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어떤 이유로 이 성구를 서울대회 주제로 선정하신 것일까?

이 구절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중에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다음 제자들에게 하신 ‘고별담화’의 마지막 말씀이다. 이 말씀에 이어 아버지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유다의 배반으로 적들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하실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의미로 수난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리를 말씀하신 걸까? 여기서 ‘이겼다’에 사용된 그리스어 완료형은 과거의 한 번 행위로 끝나버린 것이 아닌, 그 결과가 지속됨을 의미한다. 곧 예수님께서는 이기셨고, 그 승리는 계속해서 이어질 거란 말씀이다. 예수님은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수난과 죽음을 마주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그 승리에 마침표를 찍으셨다.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내가 세상을 이겼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을 향한 말씀이었다. 당신 수난과 죽음으로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질 것이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한 신뢰를 버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주시며 믿음을 끝까지 지킬 것을 당부하신다. 예수님의 승리 선언은 고난과 박해 중에 제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믿음을 끝까지 지킴으로써 예수님의 승리에 동참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승리는 박해와 고난을 이겨낼 희망의 근거가 된다. 여기에 그리스도교 희망의 역설이 자리한다. 승리는 고통과 죽음이 다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승리는 이루어졌다. 그리고 믿음을 통해 고난과 시련 한가운데 지속되고 있다. 이미 이루어진 승리는 고난과 박해를 이겨낼 원동력이 될 것이며, 희망은 더욱 크게 타오를 것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오늘의 고난을 견디게 하고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게 한다. 모호하고 어두운 예수님의 십자가 위 죽음에서 죄악과 죽음을 이기신 승리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희망으로 밝혀진 신앙의 눈을 통해서다.

강연 후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받았다. “용기를 내어라. 요즘 많이 듣는 말씀이지만 피부로 안 느껴지는 말씀이었습니다. 부활 전이지만, 수난 중 예수님의 말씀이지만 이미 승리를 보는, 이미 승리를 희망으로 아는 믿음에서 나오는 말씀, 죽음을 앞두셨지만 분명한 승리를 말씀하신다는 풀이가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대인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아픔, 배신감 등으로 힘겨울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주님의 말씀 “내가 세상을 이겼다”이다. 그 승리는 먼 훗날에나 있을 막연한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내 삶에서 승리하고자 하신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나와 함께 계시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자. 고개를 들고 앞을 보자.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이처럼 희망은 등불이 되어 고난과 시련으로 인해 보지 못했던 주님의 현존을 알아보게 하며 세상을 달리 보게 한다. 우리는 죽어가는 존재가 아닌, 예수님과 함께 죽고 되살아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존재임을 잊지 말자.

한민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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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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