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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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주님 성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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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성탄입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때로는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서로에게 축하의 말과 선물을 건넵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온정을 나누고 사람들 사이의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가득한 은총이 더 많은 이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그것을 위해 세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 은총 넘치는 신비를 전하기 위해 성경은 오신 그분이 누구시고 어떤 분이신지에 집중합니다. 우리가 고백하듯이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세상을 구원하시는 구세주이십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신데 ‘그냥’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으셨나?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고 십자가에 죽게 하셔야만 세상을 구원할 수 있으셨나? 그렇다면 그분은 전능하지 않으신 것이 아닌가?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바라셨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어째서 아드님의 고통을 바라셨을까요?


히브리서와 요한복음은 만물이 예수님을 통하여 창조되었음을 말합니다.(히브 1,2; 요한 1,3 참조) 바오로 사도는 콜로새서의 그리스도 찬가(콜로 1,15-20 참조)에서 같은 어휘와 표현으로 창조와 구원을 묘사합니다.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콜로 1,16)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20) 만물이 구원되는 것은 곧 창조의 완성이라 할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본질의 모상”(히브 1,3)으로서 창조와 구원의 과정과 목표가 되셔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까의 의문을 다시 던져봅시다. 애초에 하느님은 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을까요? 사실 그분에게는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으실 텐데 말이죠. 창조란 오히려 그분의 완전성과 유일무이성을 깨뜨리는 자기 부정이고 희생이며, 자신을 내어주는 이타적인 행위인데 말입니다. 그것은 그분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분은 사랑의 표현인 창조를 하실 수밖에 없으셨고, 그것은 그분의 본질에 포함된 행위였던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존재 방식도 사랑이라는 본질과 연결됩니다. 부부의 사랑을 통해 자녀가 탄생하듯이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질적인 사랑으로 창조가 그리고 구원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불완전한 사랑에서도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고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랑의 형태가 아무리 바뀐다 해도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어떤 결실도 얻을 수 없습니다. 환멸과 상처만이 남을 뿐입니다. 당신의 희생과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는 사랑의 스승이시며, 사랑 자체인 “하느님 본질의 모상”(히브 1,3)이십니다.


그분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을 보고 알게 됩니다.(요한 1,18 참조) 그분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요한 1,9 참조) 그분의 존재와 그분의 생애가 모두 심오한 신비이지만, 그분은 사람이 되어 오심으로써 그 모든 것을 세상에 드러내셨습니다. 말씀이, 진리가, 사랑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셨습니다.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의 길을 따름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입니다. 성탄은 이렇게 하느님 사랑으로 시작된 창조의 완성, 구원이 시작되는 은총의 때입니다. 우리는 이 은총으로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단련하고 실천하여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동참하도록 합시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를 이해하려 하고, 화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에게 용서를 청하고, 마음이 가기는커녕 생각만 해도 죄를 지을 것만 같은 이를 사랑하기로 결심합시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요한 1,10) 사랑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오셨고 우리는 사랑으로 창조되고 구원되었으니,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해야 하는 존재임을 믿고 고백합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글 _ 변승식 요한 보스코 신부(의정부교구 안식년)


※ 그동안 ‘말씀묵상’을 집필해 주신 변승식 신부님, 김명숙 교수님, 함원식 신부님, 조성풍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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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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