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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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28·끝) 우리가 꿈꾸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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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걸쳐 진행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과정이 끝나고, 이제 그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실제 교회 안에서는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쇄신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것은 지금 방식으로 충분하다는 무사안일주의, 변화로 인한 불편을 기피하는 편의주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편 교회가 성령의 인도 아래 교회의 희망을 시노달리타스에서 발견했다면, 이제는 그 방향 제시에 적극 응답해야 할 때다.

시노달리타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친교 안에 협력하고 선교하며 함께 성장하는 역동적인 교회’라고 말할 것이다. 시노달리타스의 핵심은 공동체적 식별에 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는 시노드 형식의 모임뿐 아니라 소공동체나 단체 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인데, 타인의 말과 체험을 통해 나타난 성령의 인도하심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리로,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동의’(consensus)를 형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노달리타스는 함께 모여 기도하고 경청하며 대화하고 동의를 형성하는 가운데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시노달리타스는 분명 쉽지 않은 실천이다.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대화하고 귀 기울이며 섬세하게 배려해야 하며, 타인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듣기 위해 자기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노달리타스가 가장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이들은 주교와 사제들일 것이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하고, 조율해야 하며, 자기 뜻대로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한 의사결정 방식이 아닌, ‘함께 하는 정서요 문화이며 영성이요 실천’이다. 그렇다면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시노드적 교회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필자는 프랑스 유학 당시 필자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이시며 본당의 주임 신부로 활동하신 루이-마리 쇼베 신부님을 떠올린다. 전례와 성사 분야의 전문가시기에 그분께서 집전하는 미사는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분 본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미사의 감동은 ‘이벤트’가 아닌 거행의 ‘질’에, 곧 생동감 있는 본당 공동체 분위기에 있었다. 모든 신자 구성원이 눈을 마주치고 웃음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반기고 환영하는 공동체, 거행되는 예식에 모든 이가 주의를 집중하여 참여하며, 전례 봉사자들이 거룩한 미사가 아름답게 거행되도록 사제와 협력하여 서로 격려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든 이가 협력하며 하나 되어 참여하는 전례였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아름답게 꾸민 이 ‘시노드적 전례’는 만들어진 이벤트가 아닌, 본당 공동체 일상 삶의 반영이었다. 신부님은 늘 신자들 그룹과 함께하는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신다. 전례 준비를 위한 사전 모임을 수차례 하시고, 특히 본당 공동체가 보다 선교적이 되도록 신자들이 함께 주보를 제작하여 하느님 말씀과 본당 소식을 이웃에게 전하도록 독려하신다. 사제가 신자들과 본당 공동체의 대소사를 늘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며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선교하는 공동체의 삶의 모습이 전례를 통해 드러났던 것이다.

시노드적 교회, 분명 도전이지만 교회의 희망찬 내일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부디 한국 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꿈꿨던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그동안 저의 부족한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배려해주신 가톨릭평화신문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부족한 글을 읽고 공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독자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한민택 신부

※ 2년 7개월 동안 연재해주신 필자와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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