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서울대교구 서교동성당(주임 박희원 보니파시오 신부)은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나누는 나눔의 공간이 된다. 본당 신자들이 직접 만든 도시락은 주말마다 반복되는 결식 위기를 함께 넘게 하는 따뜻한 손길이 되고 있다.
경로식당과 무료급식소 등 대부분의 공공시설이 문을 닫는 토요일은 취약계층에게 ‘식사의 공백’이 생기는 날이다. 본당 빈첸시오회는 노숙, 장애, 고립, 생활고 등으로 인해 스스로 식사를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새벽, 성당에 모여 110인분이 넘는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도시락 나눔은 2001년 빈첸시오회 창설과 동시에 시작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식사 제공’ 사업에서 비롯됐다. 초창기에는 노숙인을 만나 간단한 쌈짓돈을 건네거나 컵라면, 김밥 같은 간편식을 나눠주는 수준이었다.
이어 “한 끼 식사로도 인간의 존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회원들의 뜻이 모이면서, 영양가 있고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성당 공간을 활용한 무료급식소 운영으로 발전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자 지금처럼 도시락을 포장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현재도 대상자에게는 고기반찬 위주의 영양식이 제공되며, 식사의 온기와 정성이 느껴지도록 세심히 준비한다. 누구나 숟가락 하나로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은 주로 컵밥 형태로 구성된다.
빈첸시오회 김장훈(알로이시오) 총무는 “대상자가 씹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부양 가족에게 식사를 챙겨줘야 하는 상황에서도 불편 없이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식사 후 몸과 마음이 함께 따뜻해질 수 있도록 온수와 커피, 차도 꼭 함께 담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110여 명에 이르는 지원 대상자 가운데는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발달장애 자녀를 홀로 돌보는 중장년 여성처럼, 법적 요건에서 벗어나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채 평일에도 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과 함께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회원들은 본당을 넘어선 나눔 실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교회 내 노인 의료복지 시설은 물론, 수도회의 해외 극빈국 아동 교육 지원 사업에도 회비를 모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연간 2700만 원에 이르는 활동비를 충당하기 위해 회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모은다. 참기름과 같은 식재료를 직접 공수해 오고, 매실을 수확해 농가에서 기술을 배워 만든 매실청을 신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빈첸시오회 김대규(베드로)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현장에서 계속 새로 마주치고 있고, 더 잘해 주지 못해 오히려 죄송할 따름”이라며 “우리가 만나는 이들에게 도시락만큼은 변함없이 따뜻하고 넉넉하게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후원 계좌 국민 032-25-0021-838 재)천주교유지재단(
※문의 010-3384-1212 김대규 회장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