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은 지겹다 싶을 정도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에 올랐다. ‘솔로지옥’ ‘환승연애’ ‘나는 솔로’ 등 인기 프로그램은 대충이라도 그 내용을 알아야 사람들과 무난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다.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가 연예인으로 본격 활동하기도 하고, 가십성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유사 프로그램도 많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틀림없이 한 번쯤은 연애 예능이 걸리기 마련이었다. TV 속 젊은 남녀는 누구보다 사랑에 열성이었다. 짝을 찾고자 노력하고, 어긋남에 괴로워하며, 사랑을 갈구했다.
사랑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깃거리다. 문학이든 영화든 예능이든 언제나 좋은 주제가 돼주었다. 사랑을 그저 에로스로 국한해 정의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뭐, 사실 그게 가장 흥미로운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혹자는 최근 연애 예능이 현실의 청년 세대가 연애와 결혼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대리 만족하는 것이라 말한다. 다른 혹자는 그저 관음증의 일환이라고도 한다. 모두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으나, 나는 그저 남의 사랑 이야기란 원래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노력하고 괴로워하며 또한 갈구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듣기 좋은 소리도 몇 번 반복하면 지겨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연애 예능의 사랑 이야기는 어째 비슷한 면모가 있다. 젊은 남녀가 출연하고, 번듯한 직업을 가졌거나 매력적인 외모를 뽐낸다. 불편한 상황을 연출해 한 사람의 속을 까발린다. 반복된 클리셰 탓인지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활황이 조금 사그라진다 싶을 때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보았다. 이름 하여 ‘불량 연애’. 치기 어린 시절 불량하게 살아왔던 이들이 모여 펼치는 연애 예능으로 일본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이다. 놀랍게 첫 화에서부터 몸싸움이 벌어지는데,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도파민 방출이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적절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아내도 본인 취향은 아니라며 심드렁했다. 괜히 혼자 들떴다가 이내 시무룩해져 최근 회차는 보기를 미룬 상태다. 그러다 또 다른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2023년에 역시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멘터리 ‘다운 포 러브’가 그것이다. 프로그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발달장애인의 사랑을 다룬다. 그들도 연인과 데이트하며 사랑을 꿈꾸고 심지어 성적 욕구를 드러낸다. 사랑은 인류의 가장 오랜 이야깃거리이지만, 그 역사에 발달장애인은 제외돼왔다. 다큐에서 그들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탐색하고, 열망과 실망을 반복했다. 사랑을 위해 노력하고 사랑에 괴로워했다. 그렇게 사랑을 갈구했다.
훗날 나의 첫째 아이도 누군가와 사랑을 하게 될까? 비장애인인 둘째에게는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미래가 첫째 아이에게는 아리송하다. 다큐를 다 보고서도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결론이었다. 발달장애인의 연애는 불량 연애인 걸까? ‘불량 연애’에 나온 출연자는 과거는 불량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사랑 앞에서는 모두 진실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사랑 앞에서 장애는 별것 아닐 것이다. 사랑은 위대하니까. 사랑은, 모두에게 위대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