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이후, 정보를 얻는답시고 인터넷 검색에 며칠을 매진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맞고 틀린 정보들이 혼재되어 있었지만, 나에게는 웬일인지 틀린 말만 눈에 들어왔다.
다운증후군은 심장 기형이 많으며, 평생 호흡기가 필요할 수 있다. 다운증후군은 반드시 고도 비만이 되며, 그 이유로 평균 수명이 짧다. 심지어 다운증후군은 예전에는 2년을 넘기지 못했지만, 요즘은 10년 정도 산다?. 정보라기보다는 괴담에 가깝고 차라리 협박이라 할 만한 텍스트였지만, 그것들은 마음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우리 아이의 삶은 어떠할까. 우리 아이는 앞으로 평생, 병들어 살아가게 되는 걸까. 그럼 어찌 살아야 하나.
다행히도 그 모든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다. 첫째는 잔병치레조차 없는 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절, 가족 모두가 예방 접종을 했지만 결국 1차 감염이 되었고, 심지어 몇 달 후 다시 걸렸다. 그런데 첫째만 2차 감염에서 비껴간 것이었다. 가족 중에 홀로 면역 체계를 일찌거니 갖춘 셈이었다. 아이는 감기에 걸려도 하루 이틀 지나면 멀쩡해진다. 비염에 시달리는 엄마를 닮지도 않았고, 피부가 늘 건조해 문제인 아빠를 닮지도 않았다. 그렇다. 첫째는 다운증후군이 있지만, 무척 건강하다. 건강한 다운증후군 어린이이다. 이 말이 내게는 그다지 아이러니하지 않다. 실제로 아이는 건강하니까.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던 건강검진을 해가 바뀌기 직전에 가까스로 받았다. 사정이 있어 운동을 멈추고 (어깨를 조금 다쳤다) 겨울이 되면서 살이 찌고 말았다. 기온이 내려가며 체중이 올라간 것이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러닝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다짐했지만 추운 날은 앞으로도 많이 남았다. 그저 그럴싸한 핑계만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검진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치명적인 건 아니지만 자질구레한 문제들이 몸의 곳곳에 들어앉은 셈이었다. 조금은 억울했다. 나는 술을 별로 즐기지 않고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는데. 늦은 밤에 뭘 먹는 일도 없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의사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권했다. 체중 관리도 필요하단다. 중년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그냥 중년이 아니고 몸을 방치한 중년.
건강은 행복의 1순위 전제조건이다. 건강하지 않은데 행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첫째를 낳고서 가족의 행복을 의심했던 건 아이가 필시 아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아프면 아이들은 어떻게 한담? 생각하니 괴로웠다. 의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숨이 차는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식단을 담백하게 해야 할 것이었다.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할 것이었다. 바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그저 생각만 하는 중에 첫째가 특유의 방긋 웃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안긴다. 녀석은 살이 찌지도 않았고 심장병은 수술 후 2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너는 참 건강하구나, 네가 건강하니 우리가 행복할 수 있구나,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쿼트라도 하려고.
서효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