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1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말씀묵상] 연중 제3주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해외 원조 주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오늘 마태오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면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라고 선포하십니다. 예수님 공생활의 초점은 죄인들의 회개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다음 하신 일은 어부 네 사람을 제자로 부르신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죄인들의 회개와 제자로의 부르심이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부르셨는데 “그들은 어부”(마태 4,18)였습니다. 좀 더 가시다가는 다른 두 형제, 곧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마저도 제자로 부르셨는데 그들도 “그물을 손질”(마태 4,21)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어부였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네 어부를 다음과 같이 부르셨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


아무래도 그들의 직업이 어부였기 때문에, 밑도 끝도 없이 ‘제자로 삼겠으니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하는 것보다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편이, 당신의 뜻을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물고기 잡는 ‘어부’였던 이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이 모든 걸 내팽개치고 따라나설 만큼 매력적인 제안이었을까요? 어떻게 하여 “그들은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마태 4,22)을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로 부르신 이들은 모두 ‘어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어부를 ‘페쉐(p?cheur)’라고 합니다. 그런데 발음은 매우 비슷하지만 뜻은 완전히 다른 ‘페쉐(p?cheur)’도 있습니다. 전자는 어부지만 후자는 죄악에 빠진 사람, 곧 ‘죄인’을 가리킵니다.


정확한 발음표기를 보자면, 어부를 뜻하는 페쉐(p?cheur)는 [p??œː?]이고, 죄인을 뜻하는 페쉐(p?cheur)는 [pe?œː?]입니다. 모음이 ?와 e의 차이니, 프랑스인이 아니고서야 구별해서 듣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단어에 속합니다. 저 같은 외국인이 ‘어부’와 ‘죄인’을 구분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보셨는데, “그들은 어부(p?cheur)였다”가 아닌 “그들은 죄인(p?cheur)이었다”라고 들릴 수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물을 손질하던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직업적으로는 물론 기록된 대로 ‘어부(p?cheur)’가 맞지만, 인간 본성상 ‘죄인(p?cheur)’이기도 하므로, 그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만약 예수님께서 그들을 직업상 어부라고 부른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상 죄인으로 바라본 것이라면, “그들은 페쉐(p?cheur)였다”라고 해도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예수님께서는 인간 본성상 ‘죄인(p?cheur)’인 그들을 부르시어, 이제 너희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니라 사람을 살릴, 사람 낚는 ‘어부(p?cheur)’가 될 것이라고 선언해 주신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죄인들의 회개를 선포한 공생활의 시작점에서 일어난 이 부르심을 어부가 아닌 죄인을 부르신 사건으로 이해하는 건 어떨까?


물론 저의 이런 엉뚱한 발상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신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전히 허무맹랑한 소리만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분명히 예수님께서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마태 9,13) 오신 분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첫 제자들도 처음부터 완전한 성인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죄인이었기에 부르심을 받은 것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복음은 비록 부족하고 죄가 많지만 부르심에 응답하여 그분을 따르는 한, 우리는 모두 ‘사람 낚는 어부’가 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글_ 김정일 안드레아 신부(의정부교구·서울대교구 대신학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1-2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1. 21

시편 24장 5절
주님, 주님의 진리 위를 걷게 하시고 저를 가르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