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된 양상을 보인다. 한 인간의 변화도 이와 흡사하다. 섬세하게 설계된 교육 제도가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한 인간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더라도, 특정 연령에 도달한 이들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연중 시기의 시작부를 장식하는 주제어는 대림 시기나 사순 시기와 같은 ‘회개’다. 성경의 전체 맥락이 강조하는 회개를 인간의 ‘죄’와 연동하는 교회의 고전적 해석에 따르면, 회개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그런데 그리스어(메타노이아) 어원을 검토하면, 회개는 인생 전반에 걸친 ‘방향 전환’을 함축한다. 회개는 한 인간의 세계관과 가치관의 역동적 변화이다.
‘인간은 스스로 회개(변화)할 수 있는가?’ 변화의 당위성에 수긍하는 인간은 이 당위성으로 변화하지 않고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으로 변화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향과 품성, 후천적으로 확립된 가치관은 ‘실증적으로’ 견고한 성벽과 같다. 변화는 이에 상응하는 동기 부여를 요청한다.
손해되면 거절하고 이익되면 화답하는 인간에게는 유동적인 손익 계산으로 인한 임시적 변화와 구별되는 중대한 사유로 일어난 드라마틱한 변화가 실재한다. 갑작스러운 체질 변화처럼 중병으로 죽음을 가깝게 의식하거나 밑바닥을 치는 고충을 감내하며 재기한 이들로부터 종종 체감되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있다. 이 변화는 외부로부터 주어진 자극·활력을 포착하여 자기 내면에서 이를 적용·승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회개의 일차적 계기는 ‘자기 밖’에 있으며, 이를 신앙 언어로 ‘은총’이라고 칭할 수 있다.
회개를 강조하는 복음은 ‘변화에 주저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마태 4,16)에게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고 선포하는 그리스도를 ‘변화의 추동력’(빛)으로 명시한다. 하늘 나라 선포와 병렬로 전개된 제자 선발에서 ‘물고기 낚는(지켜보는) 어부’가 “사람 낚는(돌보는) 어부”(마태 4,19)로 변화(회개)되었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늘 나라는 새 시대의 도래를 의미했다. “하늘과 땅”(창세 1,1: 나라)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업적이 최종적으로 완성될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1: 하늘 나라)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특히 유다 지역에 비해 소외되었던 갈릴래아 지역에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제공하는 외적 동인, 곧 회개의 근거였다.
하늘 나라가 회개의 주도적 촉매였던 성경의 시대와 달리 오늘날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된다. 하나는 사후에 진입하고 싶은 ‘천상 천국’이며, 다른 하나는 현실에 건설하고 싶은 ‘지상 천국’이다. 강조점을 어디에 두든, 하늘 나라에 대한 담론이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촉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로마 8,34) 빛이신 그리스도를 매개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변화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제시할 수 있는 교회의 새 언어가 발굴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