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준 신부의 철학 상담] (54) 철학상담의 초월 기법 ⑤
생각의 틀 깨는 데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따르지만
그 문턱을 넘을 때
새로운 세계가 열려
초월 기법은 형이상학과 해석학에 기반하여 제한적이고 왜곡된 해석으로 자기 자신을 가둔 좁은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사유의 세계로 개방함으로써 ‘경계의 문턱’을 넘어서도록 돕는 철학상담의 고유한 방법이다. 여기서 ‘더 넓은 실재’로의 사유의 확장은 형이상학적 과제와 맞물려 있으며, 이해와 해석은 해석학적 구조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한편, 초월 기법은 진정한 ‘자기 됨’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실존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존철학에 의하면 인간은 ‘본질’이 아닌 ‘실존’에서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실존은 본질과 다르게 매 순간 자유롭고 책임 있는 자기 결단을 통해서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인간의 이런 실존적 행위는 무엇보다 끊임없이 자기규정을 넘어서는 무제약적 초월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초월 기법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넘어서고자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한계상황에 부딪치는 사유의 경계로서 고착된 관념과 개념과 이념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태도와 패턴, 자기를 견지하려는 강한 힘(force)이다. 이런 요소들이 우리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긴장을 유발하며,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인간이 지닌 사고 체계는 오랜 세월 삶의 경험이 축적되고 응집된 사고의 ‘그릇’과 같다. 이는 구체적으로 특정 문화·개성·심리·교육 등에 의해 구성되며, 나의 고유한 세계를 형성하는 이해와 체험과 표현의 기반이 된다. 그런데 나의 삶을 지탱해 온 이 사고의 그릇이 더 이상 현실의 삶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바로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긴장과 당혹감을 유발할 뿐 아니라 고통과 상처를 준다. 물론 우리는 이 긴장과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태를 면밀히 검토하거나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지만, 이마저 불가항력의 한계상황에 부딪히곤 한다. 이때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영성적 물음의 차원인 사유의 경계를 넘어서는 자기 초월의 행위이다.
야스퍼스가 실존철학에서 참된 실존을 무제약적 초월자와 연결하듯이 초월 기법은 한계상황 속에서 초월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를 넘어서는 자기 초월의 경험에 근거한다. 인간은 자유를 구현하는 창조적 존재이자 끊임없이 자기를 넘어서는 초월적 존재이다. 초월 기법은 무의식의 인과 법칙에 의존하거나 외부의 장애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도모하기보다는 오히려 ―오래전 스토아 철학자들이 그렇게 했듯이― 경계에 구속되지 않는 ‘내적 자유’를 추구한다.
물론 실제로 경계의 문턱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철학적 통찰과 인내와 용기가 요구되며, 특히 전문 철학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유의 경계는 내 삶의 정신적 거처이기에 그 문턱을 넘어섬은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도전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유의 경계를 넘어섬은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지금껏 자기를 보호하는 틀을 깨고 나오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 틀을 깨고 나오지 않는 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수 없다.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가 데미안의 도움을 받아 비로소 자기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듯이 철학상담의 내담자와 상담사의 관계도 이와 같다.
<다음 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