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역시 ‘엄마’, ‘아빠’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아기가 발음하기 쉬운 발음이다 보니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많은 언어권에서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부르는 유아어가 ‘엄마’, ‘아빠’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아람어에서도 ‘아버지’의 유아어는 ‘아빠(abba)’입니다. 아람어는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후 7세기 무렵까지 중동지방에서 널리 사용되던 언어인데요. 우리말과 의미도 비슷해 아기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를 부를 때, 또 성장한 뒤에도 아버지를 친밀하게 부를 때 아빠(abba)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 아빠에서 유래한 호칭이 교회 안에 있습니다. 바로 아빠스입니다. 이집트, 시리아 등 동방 지역에서 수도자들은 ‘영적 아버지’라는 의미로 자신들의 스승을 아람어로 아빠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후에 베네딕토 성인의 영성을 따르는 수도원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아빠스의 직무와 역할이 체계화됐습니다.
오늘날 아빠스는 주로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서」를 따르는 대수도원에서 장상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그래서 라틴어로 대수도원이 ‘아빠티아(Abbatia)’입니다. 아빠티아는 수도원을 일컫는 영어 ‘Abbey’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여자 대수도원장은 ‘아빠티사(Abbatissa)’라고 부릅니다. 모두 아빠에서 온 말입니다.
사실 아빠스 말고도 교회 안에는 아빠가 많습니다. 일단 교황님을 뜻하는 ‘파파(Papa)’가 그렇습니다. 발음 면에서도 아빠와 유사한데요. 파파는 아버지를 뜻하는 그리스어 ‘파파스(π?πα?)’에서 온 말입니다. 본래 교구장·대수도원장 등 지역 교회의 최고 장상을 부르던 말인데, 8세기 이후부터 로마교구장, 바로 교황님을 일컫는 말이 됐습니다.
사도들을 이어 교회를 이끌고 신앙을 가르치는 ‘교부(敎父, pater ecclesiae)’도 교회의 아버지라는 뜻의 말입니다. 더 가깝게는 ‘신부(神父, pater spiritualis)’님도 영적 아버지라는 의미의 호칭이지요.
교회 안에 이렇게 많은 아빠가 있지만 사실 이 모든 아빠들은 한 분이신 아빠를 향해 봉사하는 분들입니다.
앞서 ‘abba’가 아람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람어는 2000년 전 예수님이 사용하시던 언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마르 14,36)라고 부르셨습니다. 우리와 같은 소리와 같은 의미로, 아이가 아빠를 부르듯이 아주 친밀하게 “아빠”라고 부르셨던 것이지요.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도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게 해주셨습니다. 교회는 “우리가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성령 안에서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고 가르칩니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22항, 갈라 4,6 참조)
혹시 하느님이 멀고 어려우신가요? 그렇다면 한 번 “아빠”라고 친근하게 불러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