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엉조림

매주 화요일 양평 부용리의 김현숙 농부님을 비롯한 여럿 명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팀화요’다. 팀원 중 우엉을 키워보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서울 연희동에서 ‘다정한마음’이라는 김밥집을 운영하는 다정이다. 다정은 사람들에게 밥해주는 게 참 좋다는 다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김밥을 말며 우엉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 다정은 직접 우엉 농사를 지어보고 싶어 했다.
우엉은 뿌리채소다. 땅에 심으면 뿌리가 60㎝ 이상 내려간다. 장비 없이 우엉을 캐기란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벌통을 쌓아 그 안에 흙을 채워 우엉을 키우기로 했다.
벌 농부에게 버려진 벌집을 얻어다 밭에 쌓았다. 이제부터 흙을 그 안에 채워 넣어야 한다. 흙을 채우는 힘든 작업은 팀화요의 다른 팀원들이 해줬다. 벌통이 3단 정도 쌓이니 어른 허리 높이까지 올라왔다. 벌통은 아래가 뚫린 구조라 그 아래까지 우엉의 뿌리가 내려가도 캐는 과정이 힘들지 않으리라.
우엉 씨앗을 뿌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발아하지 못한 건가 하고 포기할 때쯤 싹이 조그맣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진짜 쑥쑥 자랐다. 벌통 밭 안에는 우엉과 함께 다른 풀도 왕성하게 자랐다. 우엉이 크게 하려면 이 풀을 잘 뽑아줘야 한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자라지 못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밭에서 풀을 뽑았다. 쪼그려 앉는 대신 서서 작업할 수 있어 편했다. 드디어 우엉을 캐는 날이다.
먼저 틀 텃밭을 무너트리는 데서 시작한다. 맨 위에 놓인 벌통을 힘주어 뜯어내고, 나머지 벌통도 흔들어서 걷어냈다. 틀 안에 있던 흙이 쏟아져 내리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며 위태롭게 서 있다. 호미로 톡톡 쳐주니 와르르 쏟아지며 우엉의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두 ‘와’ 하는 탄성을 지르며 첫 우엉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우엉은 다정의 손에 전해졌고, 우엉조림이 돼 맛있는 김밥으로 재탄생해 다음 모임 때 우리에게 돌아왔다. 모두의 힘으로 키운 우엉이라 그런지 어느 때보다 더 달콤 짭조름하니 맛이 좋았다. 역시 김밥엔 우엉이 들어가야 제맛이다.
하지만 다음 해 우리는 다시 우엉을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틀 텃밭을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그 안에 흙을 채워넣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았다. 작년에야 벌 키우는 농부가 버린 벌통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엉 농사를 위해 나무로 새 틀을 짜서 텃밭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우엉 씨앗을 뿌리고 돌보고 수확하며 얻은 결론은 ‘우엉을 잘 키워준 농부의 것을 사 먹자’였다.
‘우채’는 우엉의 다른 이름이다. 소의 풀이라는 뜻이다. 소들이 자유롭게 다니며 풀을 뜯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기운 없는 소들이 들판에 난 우엉을 먹고 힘을 내는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란다. 소처럼 튼튼해지고 싶은 사람은 우엉을 자주 먹자.
우엉은 10월에서 12월 사이 수확한다. 생으로 먹으면 단맛이 난다. 겨울 뿌리채소는 몸의 근기를 세워주니 밥상에 자주 올리면 좋다. 우엉은 다양한 이유로 좋은 식품이다. 그런데 반찬으로 해두면 잘 안 먹지만, 김밥 속에 든 우엉은 잘 먹는다.
이처럼 김밥에 들어간 당근·시금치·우엉에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니 자주 김밥을 싸게 되었다. 우엉 볶는 날은 시금치도 무치고 당근도 볶는다. 특이하게 단무지를 싫어하는 큰아이는 꼭 집에서 만든 단무지 뺀 김밥만 먹는다. 그러다 우엉이 맛있는 요즘 김밥이 우리 집 단골 메뉴가 됐다.
나는 우엉을 조릴 때 기름을 넣지 않고 볶는다. 참깨도 갈아서 우엉에 넣어준다. 그럼 맛있는 우엉조림이 완성된다. 오직 간장·조청·참깨로 오늘도 우엉을 조린다. 김밥 쌀 준비도 해야겠다.
레시피
재료
우엉 300g, 한식 간장 4큰술, 조청 2큰술, 참깨 1큰술
사전 준비
우엉은 껍질의 흙을 잘 털어내면서 깨끗이 씻는다.
참깨는 갈아둔다.
조리 순서
1. 우엉은 채칼을 이용해서 채를 썬다. 물에 담그지 않는다.
2. 우엉에 간장 2큰술 넣고 기다린다. 10분.
3. 우엉에서 물이 나오면 중약불에서 볶아준다.
4. 가끔 뚜껑을 열고 섞어준다. 간을 보면서 간장을 추가로 넣어준다.
5. 5분 후 조청 2큰술을 넣고 섞어준다.
6. 조청의 단맛이 우엉에 잘 스미도록 기다린다.
(조청과 우엉이 만나면 촉촉해지면서 물이 나와 볶기 쉬워진다.)
7. 마지막에 센 불로 우엉의 수분을 날려 윤기나게 조린다.
8. 준비해둔 참깨를 넣고 불을 끄고 섞어준다.
9. 접시에 담아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