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에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전국에 20개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지정 및 설치됐다. 각 시도의 관할범위를 생각해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임엔 틀림없다. 우리 상담소에서는 서울에 있는 아동학대예방센터 두 곳 중 하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미 함께 지내왔던 우리 아이들도 심한 방임의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들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먹고 살 줄을 알았고 자신들의 보호자로부터 또 내침을 당하느니 스스로 거리를 선택했던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나마 살아낼 에너지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아동학대로 만나는 아이들은 정말 에너지가 없는 풀 이파리처럼 가늘고 여리기만 했다. 이들은 엄마의 가출과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에 노출돼 있었고 엄마의 대리인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며 아버지의 분풀이 대상이 돼야 했다. 물론 이것은 알코올로 인해 손상된 병리적 가정의 문제이겠지만 직접적으로 희생 당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지금보다 더 심했을 때도 견뎠어요. 나 때문에 우리 아빠 또 이혼하시면 안되요 라며 센터로부터 보호받기를 거절했던 10살 난 남자 아이. 센터 직원을 만난 아버지는 말도 안된다며 펄펄 뛴다. 성한 구석 없이 멍으로 물든 아이의 몸을 비디오 테이프로 보여주었다. 이게 정말 내 아들이냐 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는 아들을 대면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아이는 그렇게 손도 댈 수 없이 아파도 참기만 했던 것이다. 아빠가 새엄마와 헤어질까봐서. 그럼 우리 아빠가 불쌍하잖아요 라는 것이 아이의 말이었다.
아이들에게 신체적으로 또 성적 언어적 정서적으로 부정적 힘을 가하는 학대 가해자 중에서 친부모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부모의 가족력이나 삶의 흔적을 거슬러 가보면 그들의 아동기와 청소년기가 건강하지 못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신들도 행복하지 않았었다.
부모들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위축된 성장기를 보낸 그리고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부모가 됐고 아이들에게 투사되는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무엇보다도 부모가 원했던 자녀라는 확신 자신이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믿음에서 솟아나는 듯하다. 아이들이 신나게 세상을 살 수 있는 에너지 원이 돼 줘야 하는 부모들과 우리 어른들의 책임을 절감하는 마음에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청해 본다. 다음 필자는 윤인규 신부(대전교구 솔뫼 피정의 집 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