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1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서운했을 둘째에게 선물한 행복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8) 장애인의 동생으로 산다는 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장애인 언니를 둔 동생의 삶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없다. 장애인의 아버지가 되는 일도 마찬가지로 몰랐다. 사람은 뛰어난 현인이 아닌 이상, 제 입장의 앎에만 충실하기 마련이고, 나는 물론 현인이 아니다. 내 아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우리 가정의 일정이나 계획은 아무래도 장애인인 첫째 중심으로 짜여왔고, 그 과정에서 둘째는 암암리에 소외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가끔 엄마는 언니만 좋아한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하는데, 그저 철없는 소리로만 치부할 건 아닌 것 같다. 나와 아내 모두 장애인의 형제자매로 살아본 적 없기에, 아이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 없다. 그 이해할 수 없음이 한없이 미안할 때도 많다.

그리하여 가끔 둘째만 데리고 홀로 여행을 떠난다. 첫째와 아내는 집에 두고서 아빠와 딸, 둘만 감행하는 여행이다. 올해는 특별히 일본 오사카를 여행지로 잡았다. 아이가 푹 빠져 있는 테마파크에 가는 게 중요한 여정이었다. 좋아하는 게임의 캐릭터와 디자인으로 꾸며놓은 공간인데, 나는 아닌 척하면서도 아이만큼 설렜다. 그 게임은 내가 아이이던 시절에도 존재했으며, 지금보다 더 선풍적인 인기였다. 나는 속마음을 숨긴 채 순전히 아이를 위한 여행인 척 일정을 준비했다. 지도 앱에 별표를 찍고, 대중교통편을 확인하고 예산을 짜고 일기예보를 살폈다.

순조로운 첫날을 지내고 둘째 날 새벽부터 이른바 ‘오픈런’을 했다. 그럼에도 테마파크 입구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고, 인기 놀이기구를 타려 두 시간을 줄 섰다. 긴 기다림에 다리와 허리가 아팠지만, 최근에 만들었다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해 아이와 소리를 지르니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시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캐릭터 모자를 쓰고 아이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아이는 자기 인생에서 (고작 열두 살인 주제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나 또한 그러한가? 그럴지도 몰랐다. 폐장 시간까지 꽉 채워 테마파크에서 나설 때는 괴이쩍은 스산한 마음도 들었다. 이러한 시간이 우리에게 또 있을까?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이런 것일까? 아이는 아빠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념품 가게에서 이런저런 소품을 골랐다. 스산함이 더 심해졌다.

둘째 날에 타인이 만든 롤러코스터를 탔다면 셋째 날은 스스로 만든 롤러코스터에 탑승해 낙하하길 반복했다. 아이가 약간의 현금이 든 파우치를 분실하더니, 그걸 겨우 찾고 탄 택시에서 내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다행히도 친절한 분들의 도움으로 모두 찾을 수 있었지만, 우리는 오사카 시내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듯 소리를 지르고 식은땀을 흘렸다.

마지막 날 공항에서 나는 다리가 욱신거려 혼났는데 아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어쩐지 내가 아이에게 기대고 있는 것 같았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너에게. 이러한 시간이 또 올까? 아이는 말했다. 다음에는 언니와 엄마까지, 넷이 같이 오자고. 내 안에 스산한 기쁨이 차올랐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서효인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2-1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2. 11

로마 8장 28절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