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선입견과 편견, 성급한 판단을 보류하고
문제의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 변경’ 필요
현대철학의 현상학적 방법은 해석학적 방법과 함께 철학상담의 주요 방법에 속한다. 현상학은 철학을 엄밀한 보편학의 기반 위에 정초하고자 후설(1859~1938)이 제창한 철학적 탐구의 고유 방법을 말한다. 후설은 ‘사태 자체로’를 현상학의 기본 준칙으로 삼고 ‘판단중지’와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선입견’을 제거하고, 현상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본질을 직관할 것을 제안한다. 이때 현상학적 환원이란 실재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과 선입견이 지배하는 일상의 자연적 태도를 버리고, 순수한 의식으로 되돌아가 사태의 본질과 의미를 파악하는 현상학적 태도 전환을 뜻한다.
철학상담에서 현상학적 방법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삶 속에서 자주 고정된 이념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사태(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의미의 근원에 다가서지 못함으로써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라베(1949~)는 현상학적 방법이야말로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선입견·그릇된 인지·편견·무의식 등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철학상담은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내담자가 가능한 한 오염되지 않은 방식으로 자기 경험과 체험을 기술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엄밀한 자기 기술을 통해서만 우리는 비로소 주관적인 삶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개인의 주관적 체험을 넘어서 그것의 본질 구조와 의미에 깊숙이 다가설 수 있게 된다.
후설은 그의 현상학을 “초월론적 순수 체험의 기술적 본질학”으로 규정한다. 즉 현상학은 세계의 의미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순수한 자기의식으로서의 ‘초월론적 의식’의 영역에 속해 있음을 강조한다. 그 결과 현상학이 인식 대상(노에마)과 인식 주체(노에시스)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의식에 나타난 모든 지향적 체험의 의미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만큼 철학상담의 현상학적 방법 또한 자기 경험과 체험의 본질 사태를 직관하고, 거기로부터 의미 부여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한다.
우리는 삶의 크고 작은 문제로 고통을 받는다.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 가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이다. 자기의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모든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성급한 판단을 보류하고 문제의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 변경’이다. 사실 우리의 세계 그리고 이해 자체가 이념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이해의 지평으로서의 해석학적 선입견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제의 본질 사태 자체로 다가서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가 바로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일이다.
이처럼 성급한 판단을 중지하고 ‘사태 자체로’ 다가섬으로써 문제의 본질과 의미를 파악하는 현상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철학상담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태도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실증과학의 기반 위에 서 있는 여타의 상담과 다르게 철학상담이 문제를 이념의 도식이나 과학적이며 실증적인 사실 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것을 인과관계에서 파악하려는 자연적 태도는 우리의 구체적 삶에서 많은 한계에 부딪힌다. 삶에서 설명 불가한 현상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그 의미를 찾아 체험의 의식 세계를 구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