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감기 환자가 발생했다. 기침이 나면 좀 가리고 하면 좋으련만 공중에 냅다 바이러스를 뿜어대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가 다시 미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새 계명을 주셨으니 이를 따를 것인지 갈등이 인다. 이내 주님 말씀을 떠올려 부엌으로 향한다. 누군가를 먹이고 돌보는 일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집에서도 이 실력을 한 번 발휘해 보기로 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무슨 생각인지 전날 버섯을 잔뜩 사다 두었다. 표고·새송이·느타리·팽이버섯까지. 우엉과 말린 단호박도 찾았다.
버섯은 채소일까? 마트에 가보면 채소 판매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색을 보면 채소인지 의심이 든다. 식물이라면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니 초록빛을 띨 텐데 그런 버섯은 만난 적이 없다. 버섯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한다. 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동물이나 식물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균(菌)이다. 집안의 바이러스 환자의 균을 잡기 위해 버섯의 균을 사용하기로 한다. 탁월한 선택이지 않은가?
‘국가표준버섯목록’에는 2200여 종의 버섯이 있다. 이 중 식용 가능한 것은 418종뿐이다. 숲에서 만나는 버섯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 이유다.
버섯은 죽은 나무·나무껍질·낙엽·동물의 사체 등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분해해 영양분을 얻고 더 작게 만든다. 최종적으로 버섯은 흙과 섞여 좋은 양분을 만들어낸다. 버섯은 숲속의 청소부이기도 하다. 자연은 이렇게 스스로 분해하고 돌려보내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자연의 순환 구조 안에서 쓰레기를 만드는 유일한 존재는 사람이다. 뉴스에선 명절을 앞두고 ‘쓰레기 대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가 더는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 서울·경기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가 나오지만, 그동안 우리는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버리면 바로 치워져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립이 금지되면 쓰레기는 태운 뒤 남은 잔여물만 묻어야 한다. 쓰레기 소각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서울·경기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모두 그곳에서 처리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마음껏 버릴 수 있을까?
버섯을 손질하다 친구가 선물해 준 「세계 끝의 버섯」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버섯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다가 비인간 존재와 어떻게 협력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통찰에 놀랐던 책이다. 자본주의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이의 필독서라 생각한다.
저자인 미국의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 교수는 「세계 끝의 버섯」 첫 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그는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투하돼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할 공간에서 제일 먼저 생명을 피워낸 송이버섯에 주목했다. 인간이 망가트린 세상에서 비인간 생명이 어떻게 협력하며 살아남았는지 설명한다. 비록 송이버섯은 아니지만, 느타리·표고·새송이·팽이버섯이 감기 바이러스에 정복된 남편의 무너진 면역체계 회복을 돕는 일이 책에서 말한 ‘공생의 협력’이 아닐까?
버섯 들깨탕을 끓이다 버섯 책으로까지 생각이 확장된 이유는 쓰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도 결국은 인간 단독으로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렵다. 비인간 생명체의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완벽하게 분해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우리 모두 깨달아 쓰레기를 줄이고 다른 존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레시피- 우엉 버섯 들깨탕
재료 : 말린 단호박 30g, 우엉채 100g, 느타리버섯 1/2통, 새송이버섯 2개, 표고버섯 3개, 팽이버섯 1봉, 물 800㎖(다시마 물), 쌀가루 1큰술, 들깻가루, 두부 1/2모, 간장 1큰술, 소금 약간, 들기름 2큰술.
사전 준비
1. 말린 단호박은 깨끗이 씻어둔다.
2. 우엉은 껍질째 씻어서 채를 썬다.
3. 두부는 물 200㎖를 넣고 갈아둔다. 여기에 쌀가루를 풀어둔다.
4. 새송이버섯·표고버섯은 밑동 자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5. 느타리버섯은 큰 것만 두세 번 손으로 찢는다.
6. 팽이버섯은 밑동을 자르고 반 자른다.
조리 순서
1. 채를 썬 우엉은 들기름 두르고 중불에서 달구지 않은 팬에 볶는다.
2. 우엉을 볶던 팬에 팽이버섯을 뺀 모든 버섯을 넣고 강불에서 볶는다. 간장 1큰술 넣는다.
3. 팽이버섯은 수분이 많아 기름을 더 추가하지 않고 볶는다. 버섯이 노릇하게 익으면 단호박과 물 500㎖를 붓는다.
4. 끓으면 팽이버섯과 갈아둔 두부를 넣어준다. 남은 물 100㎖로 두부를 간 믹서기를 헹구어 부어준다.
5. 간을 본 후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한다.
6. 그릇에 옮긴 후 들깻가루 1큰술 올린 후 먹는다. (들깨탕은 데워서 먹을 때마다 들깻가루를 넣어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