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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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사순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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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태오복음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시어, 그들에게 주님의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변모’ 사건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마태 17,2)


이때 복음에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은 모세와 엘리야입니다. 베드로가 보니, 모세와 엘리야가 눈부시게 빛나는 가운데 예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입니다.(마태 17,3 참조) 인성을 취하신 예수님에게서 주님의 거룩한 신성이 발현되는 이 중요한 순간에 모세와 엘리야는 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요? 그들과 예수님의 변모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걸까요?


모세와 엘리야가 등장하는 건 단지 그들이 구약을 대표하는 위대한 예언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성경은 모세를 참 예언자로(신명 18,15 참조), 엘리야를 다시 올 예언자로(말라 3,23 참조) 기록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실존적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깊은 시련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 것을 체험한 인물이라는 것이지요. 그들 삶의 역사는 다음과 같은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갖습니다.


모세는 이집트인을 죽인 일로 파라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자 미디안 땅으로 피신하였고, 그 광야에서 양 떼를 치다가 호렙산으로 올라가게 되지요. 그리고 그곳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탈출 3,1-6 참조)


엘리야는 바알 예언자들을 죽인 일로 이제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자 광야로 나갔고, 거기에서 차라리 죽고 싶다고 하느님께 애원하였습니다. 그러던 그 역시 호렙산으로 가게 되고, 그곳 동굴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1열왕 19,1-18 참조)


모세와 엘리야 모두 쫓기는 신세였고, 죽을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어디론가 피신하려 하였을 때, 다시 말해, 극한 두려움과 비참함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야 비로소 하느님을 만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요컨대 두 사람은 모두 절망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이었고, 그들 응답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극적인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삶을 향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모두 고난과 역경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한 인물이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의 변모 사건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야말로 몸소 삶의 초월적 변화를 체험한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하면, ‘변모’란 꼭 예수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님의 거룩한 신성과 마주하는 한, 우리의 삶도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증거하는 인물이 바로 모세와 엘리야인 것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가 비참한 인간 존재를 변화시켜 주는, 실존적 변모의 원천임을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렇습니다. 모세와 엘리야에게 그러셨듯이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비참함 속에서 거룩한 자기 현존을 드러내심으로써 인간을 새로운 소명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초대하십니다. 절망에 빠진 우리 앞에 나타나 손을 내밀어, 쓰러진 우리에게 다시 일어날 힘을 주십니다. 그분의 현존은 우리를 이끄시는 능력이며, 새로운 삶을 향해 오라는 초대입니다. 우리는 그 초대와 부르심에 온 존재를 던져 응답할 때야 비로소 참된 인간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복음이 ‘변모’라는 의미로 사용한 ‘메타모르포오(μεταμορφ?ω)’는 단순한 ‘변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초월적(메타) 존재가 인간 실존을 변화하게(모르포오) 한다는 뜻입니다. 하얗게 빛나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는 우리를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해 주는 주님의 ‘현존’ 그 자체입니다. 빛나는 그분의 현존 안에서 우리도 거룩하게 변화됩니다. 그분의 거룩한 변모는 우리 새로움의 원천입니다. 우리가 변모했다면, 그건 분명히 그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글_ 김정일 안드레아 신부(의정부교구·서울대교구 대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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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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