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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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유머로 노년을 살아갈 기백 갖자

[서민선 아녜스 작가의 노년을 읽습니다] 9.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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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있어서 유머는 
늙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끝까지 긍정하게 하는 힘이다.

노년을 향한 유머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 전체는 더 조화로워진다.



삶에 유머는 큰 도움이 된다. 아니,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의 크고 작은 굴곡을 만났을 때 그저 허허 웃어넘기는 용기, 일단 그게 있어야 삶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나아가 노년을 살아갈 기백이 생긴다.

일본에는 ‘센류(川柳)’라는 하이쿠(俳句) 비슷한 시의 장르가 있다. 센류는 아주 짧은 정형시인데, 일본의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에서는 「실버 센류」 공모전을 20년 넘게 지속해오고 있다고 한다. 테마는 실버(노년세대)이지만 공모자의 연령은 제한이 없다. 그러므로 6세 아이부터 100세 노인까지 모두가 참여한다. 응모작은 사무국의 심사를 거쳐 마지막으로 실버타운 입주자들에게 인기 투표를 받는다. 그리고 걸작으로 뽑힌 센류들을 책으로 발간한다. 1편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2편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둘 다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1편이 나왔을 때 나는 매우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

실버 센류의 주제는 다양하다. 죽음·기억력·신체 노화·외로움·배우자·사랑·손주·반려견·음식 등 매우 다채로운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종이랑 펜 찾는 사이 할 말 까먹네” - 늘어가는 기억력 저하와 건망증에 대한 유머러스한 고백. “요전에 말이야 이렇게 운을 뗀 오십 년 전 이야기” - 사라지는 시간 관념을 이렇게 해학으로 승화. “연세가 많으셔서요. 그게 병명이냐 시골 의사여” -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기승전 ‘노화’로 끝나는 어이없음에 대한 코믹한 고발. “할멈,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 반려자보다 반려동물에 더 애정을 쏟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 토로.

노년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매우 인상 깊고 감사하며 숭고하다. 한번은 시장에 다녀온 아빠가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사람들이 다 길을 막고 다녀서 걸어갈 수가 없더라.” 나는 시장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인 줄 알고 “주말이라서 그런가?” 이렇게 심드렁하게 받았다. 그런데 아빠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이들은 둘이 손 붙잡고 다니느라고 길을 막고 늙은 사람들은 다들 하나씩 카트를 밀고 다녀서 길을 막고. 아주 곤란해.” 아빠의 이 해석이 얼마나 익살맞게 느껴졌던지. 역시 일상을 완성하는 것은 의미를 담는 자의 시선이다.

2편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에서는 스마트 시대에 노년의 곤란함을 말하는 센류들이 눈에 띄었다. “셀프 계산대 앞 얼어붙은 사람들 죄다 할배들”, “셀프 계산대의 날 보고 다가오려 준비하는 직원”, “백화점에서 화장실 다녀오자 미아가 됐다.” 어쩌면 한국의 노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축되기 쉬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처럼 모든 것이 빨리 변하고 쉼 없이 발전하는 나라에서 나이 든 사람들은 곤란하고 난처하다. 내 아빠와 엄마는 도시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휙휙 바뀌는 마트 계산 방식, 쓰레기 수거 방식, 아파트 주거 서비스 방식들에 때때로 난처해 한다. 이제 돈이 있어도 밥 사 먹기 힘들다고 얘기하셨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노인 당사자가 본인들의 이야기를 쓴 센류들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안타까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해학이 멋있어서 감탄했다. 특히 나를 웃음 터지게 한 것은 “AI에게 내 남은 수명 물어본다” 이런 촌철살인의 풍자였다.

일본은 성인 인구 4명 중 한 명이 노인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20~30년 먼저 노인 인구의 폭증을 경험하다 보니, 노인 인구 관리에 다각적으로 고심한 지도 오래다. 정부 차원에서도 그렇고 국민들도 그렇다. 그리고 문학계에서도 노년의 삶, 노년기 작가를 하나의 문학 장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가키야 미우는 어느 책에선가 ‘일본 고령사회 소설가’로 소개된 바 있다. 작가는 「70세, 사망법안 가결」 「파묘 대소동」 「노후 자금이 없습니다」 등 문제의식뿐 아니라 흥미와 재미도 주는 노년 소설을 다수 썼다.

나는 일본에서는 75세를 기준으로 전기 고령기와 후기 고령기를 구분해 관리하는 것을, 어리석다는 뜻을 가진 단어 ‘치매(癡?)’ 대신 ‘인지증(認知症)’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일본의 요양보호사는 목욕과 식사 등 영역별 담당자가 있다는 것을 모두 책을 통해 배웠다. 책 속 이야기에서 노년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레 접한 것이다.

문학에서 노년을 다루는 것은 노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노년의 대상화를 막는다. 미디어에서도 책에서도 노년의 등장이 자유롭고 다양했으면 좋겠다. 그 결과 젊은이들은 노년을 이해하고 익숙해지고, 중년은 본인의 노년을 준비하고, 노년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고 보고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의 조화로운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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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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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영예와 권능과 힘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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