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순 첫 주일에 ‘아담과 하와를 향한 뱀의 유혹 이야기’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간 유혹받으신 이야기’를 들었다면, 사순 시기가 깊어 가는 오늘 사순 제2주일의 말씀의 전례는 아브람을 향해 ‘가거라’라는 주님의 명령으로 시작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부르심은 한 개인의 부르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부르심의 첫 마디는 ‘가거라’라는 명령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가거라’라는 말씀은 우리가 익숙해 있는 삶의 방식, 곧 내가 안주하고 있는 삶의 방식을 벗어던지라는 요청입니다. 사순의 회심도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묵은 자리를 박차고 떠남에서 출발합니다. 길 떠난 아브람의 앞길에 숱한 우여곡절이 전개되듯이, 회심한 우리에게도 알지 못하는 사랑의 모험이 펼쳐질 것입니다.
아브람은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길을 떠납니다. 여기서 ‘길을 떠나다.’라는 표현은 히브리 성서 원문으로는 ‘가거라’라는 첫 명령에 쓰인 동사와 같은 동사를 사용합니다. 곧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함을 드러냅니다. 우리도 안주하고 있는 곳, 고향과 친족, 아버지의 집을 떠나 회심의 길을 떠나야 합니다. 안주하던 묵은 자리를 떠난 영적 길에는 (사랑의) 모험과 (시련의) 고난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브람이 그러했듯, 우리도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라”라고 권고하십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행업이 아니라, 예수님 자신만이 우리의 구원이자 ‘생명과 불멸’(2티모 1,10 참조)이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거룩한 변모는 예수님께서 이것을 믿는 이들에게 드러내 보이시는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거룩한 변모를 하실 때 ‘빛나는 구름’ 속에서 말씀이 들려 옵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창세기에서 아브람에게 하느님께서 ‘떠나라’라고 명령하셨듯이, 오늘 우리에게 ‘그의 말을 들어라’라고 명하십니다.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라는 신명기의 하느님 말씀처럼, 사실 신앙인의 길은 하느님 말씀을 듣는 데에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말씀은 하나입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사순 시기가 깊어가는 이 한 주간, 우리도 안주하고 있던 묵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회심의 길을 떠납시다. 사랑의 모험이 펼쳐질 길을 떠납시다. 아브람이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하며 길을 떠났듯, 우리도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묵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시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의 등불이 되고 우리를 인도해 주는 빛이 될 것입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