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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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가 난 건지 말해줄 수 있을까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10) 사춘기가 찾아온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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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가 사춘기인가 보다. 다음 주부터 중학생이니 사춘기가 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나 이른바 ‘천사병’이라 불릴 정도로(그렇게 부르는 게 의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옳은지는 모르겠다.) 방긋방긋 웃기만 하던 아이가 부쩍 짜증을 내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어색하고 신기한 건 어쩔 수 없다. 다운증후군이라고 사춘기가 오지 않을 리가 없는데.

요즘 들어 아이는 짜증 나고 싫은 상황에서 소리를 지른다. 보통의 사춘기 아이들은 문을 쾅 닫고 제 방에 들어간 이후 “바람이 그랬어!”라고 한다거나, 더 나아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퉁명스럽게 받아친다거나, “아 몰라, 어쩌라고!” 하며 반항기를 내보인다고 한다. 어쨌거나 모두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말보다는 소리 지름을 택했다. “아악!” 하는 소리를 내고서는 평소와 다른,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왜 그래?” 물어보면 또 소리를 지른다. 가끔은 자신의 머리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녀석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두는 게 상책이다. 아이의 화는 보통 3분을 넘지 않는다. 노래 한 곡 부르며 스스로 화를 삭이는 듯하다. 저렇게 쉽게 풀릴 거면서 왜 그토록 화를 낸 걸까? 말하지를 않으니 알 수 없다. 그게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며칠 전에는 정도가 심해 아이를 세워놓고 혼을 냈다. 훈육이라면 훈육인데, 무척 오랜만이라 아이에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내가 낯설었다. 아이를 벽에 세우고, 눈높이를 맞춘 후, 되도록 찬찬히 또박또박 말해본다. “무슨 마음인지 말을 해야 알지, 소리만 지르면 어떻게 해?” 아이가 눈물 콧물을 쏟는다. “숨 크게 쉬어, 숨을 크게 쉬고, 아빠 말을 들어봐.” 아이는 이내 그렇게 한다. 씩씩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이제 뭐라 해야 하지? 아빠가 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건만, 아직도 아빠가 처음인 듯 혼란하다. 날마다 다시 처음이다.

어쨌거나 아이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화가 나면 왜 화났는지 말하기. 소리 지르지 않기. 머리 때리지 않기. 물건 던지지 않기. 하나하나 읊을 때마다 아이는 네, 약속해, 네, 약속해, 반복해서 말한다. 알아듣고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역시 아이는 부모 마음처럼 되지 않는구나. 비장애 아동이 그러하듯 장애 아동도 그러하다. 이 얼마나 평등하고 공정한 자식 농사의 법칙인지!

놀랍게도 이후로 아이의 짜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맘에 안 드는 상황에서는 무언가 말을 하려 입술을 움직인다. “텔레비전 틀어주세요”만 말하던 아이가 “텔레비전 딴 거 보고 싶어요”까지 말하는 것이다. 물론 완벽한 발음이 아니고, 더듬거리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문장을 만들어 음성으로 뱉는다는 게 중요하다. 나는 아이의 말을 들으려 10년 넘게 기다려 왔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이런 조바심을 조심해야 한다. 아이가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말이다. 키가 더 컸으면, 예의가 더 발랐으면, 공부를 더 잘했으면, 친구를 잘 사귀었으면, 운동신경이 좋았으면 등등. 이런 조바심은 비장애인 자녀나 장애인 자녀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듯하다. 아아,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공평한지, 다시 한번 놀라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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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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