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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우물] 속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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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의 핵심 내용은 16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직 개별 고해성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속죄일(贖罪日, 히브리어 욤 키푸르), 속죄 예식 이야기입니다. 알게 모르게 저질러진 이스라엘 백성 개개인의 부정은 물론, 백성 전체의 부정을 씻어주는 정화 예식의 날이 거행됩니다. 이 속죄일 대정화 전례는 에즈라의 개혁 이후(기원전 400년 전후)에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해마다 한 번씩 욤 키푸르를 지내게 되는데 차츰 그날을 더욱 중요한 날로 여기게 되어 욤 키푸르 대신에 그냥 ‘날(욤)’이라고만 부르게 됩니다.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산모의 정결례, 악성 피부병과 환자의 정결례 등 정결과 부정에 대한 긴 가르침(레위기 11~16장 참조) 끝에 가서 이스라엘의 대축일, 속죄의 날 예식이 나오며, 이 속죄일은 이스라엘 해방의 날이자 대정화의 날, 곧 대축일로 자리 잡습니다. 부정한 이가 정화되어 성소에, 나아가 하느님께 다가가지 못하는 부정에서 풀려나, 다시금 영원하신 분께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속죄의 전례는 이스라엘 온 백성에게 대축제로 굳건히 자리 잡습니다.


특히 ‘속죄 염소’에 관한 전례 의식은 오늘날 우리 눈에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아론은 그 숫염소 두 마리를 놓고 제비를 뽑는데, 제비 하나는 주님을 위한 것이고 다른 제비는 아자젤(불모지를 떠도는 귀신)을 위한 것이다.”(레위 16,8) 주님을 위한 제비(염소)는 잡아서 그 피를 제단에 뿌리는 데 쓰입니다. “백성을 위한 속죄 제물이 될 숫염소를 잡아, 그 피를 휘장 안으로 가져와서, 황소 피를 뿌릴 때와 마찬가지로 속죄판 위와 속죄판 앞에 뿌린다.”(레위 16,15)


다음은 불모지를 휘젓고 다니는 귀신 아자젤을 위한 예식의 주요 장면입니다. “아론은 살려둔 그 숫염소 머리에 두 손을 얹고, 이스라엘 자손들의 모든 죄, 곧 그들의 허물과 잘못을 고백하여 그것들을 그 염소 머리에 씌우고서는,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의 손에 맡겨 광야로 내보낸다. 그러면 그 염소는 그들의 모든 죄를 불모지로 날라 간다.”(레위 16,21-22)


사실 이와 비슷한 의식은 이스라엘 외에 다른 문화권에서도 나타납니다. 흔히 죄와 부정을 어떤 생명체나 물건 위에 전가하거나 아니면 그 생명체나 물건에 뒤집어씌워서 아예 없애버리는 방식입니다. 이는 우리 모든 인간 내면에 들어있는 죄의식에서 생겨난 정화 예식, 또는 속죄 예식으로 보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인간 내면 한쪽에 서려 있는 죄의식 또는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은 늘 치유와 화해를 목말라합니다.


속죄일 대정화 전례의 주요 예식은 산 채로 대기시켜 둔 염소에 두 손을 얹음으로써 백성의 죄를 그 희생 염소에게 온전히 전이시켜, 이 희생 염소가 이스라엘의 모든 죄를 멀리 광야로 가져다 버리도록 하는 예식입니다.


바오로의 의화론(로마 3,21-26 참조) 안에 레위기 16장의 속죄 예식이 깊이 뿌리 박고 있음을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속죄의 제물로 내세우셨습니다.”(로마 3,25)



글 _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성서주석학 박사)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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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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