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이 지워진 이해는
파편적 인식에 머물고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해석은
쉽게 왜곡으로 기울어져
이해와 해석은 인식하는 존재인 인간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본질적 요소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가운데 이해하며, 또 이해에 근거하여 현재 상황을 해석한다. 인간은 자기 존재와 삶, 그리고 멈추지 않는 물음과 함께 궁극적이며 절대적인 진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이해 영역은 자연(내재적)과 초자연(초월적)의 영역 전체로 뻗어있다. 즉 우리의 이해는 근본적으로 내재(자연/객관)를 넘어 초월(초자연/주관)의 영역까지 미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연의 직접성을 뛰어넘어 정신에 의해 매개된 세계를 가지며, 태어남과 동시에 이미 매개된 직접성의 세계 속에 던져진다. 인간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언어를 통해 매개된 세계이자, 시간과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승된 세계이다. 바로 여기서 인간 현존재의 본질 요소인 이해와 해석의 성격이 드러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연을 도구 삼아 고유의 문화를 창조하고, 이를 언어로 기록하고, 또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자기 존재와 삶을 이해하고 해석해 왔다.
그렇다면 이해(理解)란 무엇인가? 이해는 사전적 의미로 ‘사물의 이치를 풀어 밝힘’을 뜻한다. 이해를 뜻하는 독일어 ‘다스 페어슈테엔(das Verstehen)은 어원적으로 동사 ‘stehen’(서다)과 접두사 ‘ver’(완전히/철저히)가 결합한 형태로 ‘무언가를 위에 단단히 세움으로써 확실히 파악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지적이며 실천적인 의미로 사용된 이해 개념은 오늘날 현대 철학에서 ‘해석학적 이해’라는 특별한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해석학적 이해는 인지적이며 실천적 이해를 넘어서 이해의 본질과 구조를 밝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해석학적 통찰에 따르면 인간의 이해는 무엇보다도 언어적·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수행되는 일종의 일어남의 사건이자 해석의 작업이다. 여기서 ‘맥락’은 우리가 이해하고자 하는 말과 언어적 텍스트, 문화적 행위와 전승된 전통이 그 안에서 의미를 드러내게 되는 전체 구조를 뜻한다. 이와 관련하여 하이데거는 전체 구조로서 ‘세계’를, 가다머는 ‘영향사’를 언급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이해는 인간 현존재가 ‘세계 내 존재’로서 자기를 밝히는 주요 존재 방식으로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은 자기 존재 의미와 관련하여 이미 구조적으로 이해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이미 ‘이해되어 있음’의 구조 속에 있는 우리가 매 순간 자기 존재 가능성을 향한 기획 투사에서 ‘해석’의 과제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해석은 바로 이해의 구조 속에서 자기 존재 의미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명료화함을 말한다. 반면, 가다머는 이해와 해석을 순환적 관계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 가는 ‘지평 융합’의 과정으로 규정한다. 우리의 이해는 항상 과거로부터 전승된 전통의 선입견에 기반하며, 현재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확장된다.
이해가 필연적으로 맥락과 함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한다. 맥락 없는 이해는 불가하거나 무의미할 뿐이다.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올바로 이해하고자 문제 자체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맥락을 살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맥락 없는 이해와 해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사실을 왜곡시키며 진실을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