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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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보라, 십자 나무!

사순 제4주일 요한 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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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뷔거 작 ‘슬픔의 성모’, 1868년


감각기관의 분류를 기준으로 오감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으로 구성된다. 선천적인 오감을 잘 활용함으로써 인간은 삶의 질을 향상하고, 타인과 함께 느끼는 공감력을 형성한다. 한 감각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다른 기관이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도록 신체는 대응체계를 수립한다. 보는 눈으로 듣거나 맛보는, 듣는 귀로 맡거나 만지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 오감은 오용되거나 남용될 수 있다.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은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기에 오류를 범하고, 한시적 감각에 치우친 무분별한 생활 태도로 인해 죄악을 행한다.

성경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오감과 결합한다. “이스라엘아, 들어라(쉐마)!”(신명 6,4)로 시작하는 구약의 대표적 신앙고백과 ‘믿음은 들음에서 온다’(로마 10,17 참조)고 설파한 바오로 사도의 훈시는 청각과 관련된다. 신앙인의 합당한 품위를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2,15)는 후각과,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안내하는 “주님께서 얼마나 인자하신지 여러분은 이미 맛보았습니다”(1베드 2,3)는 미각과 연동된다.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짐’(루카 8,44 참조)으로 성사된 하혈하는 여자의 치유와 “믿음과 사랑의 갑옷”(1테살 5,8)을 피부에 밀착하여 입으라는 권고는 촉각과 연관된다. 신앙의 궁극적 완성 상태를 시사하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1코린 13,12)는 시각을 통해 묘사된다.

성경의 치유 기적에는 오감과 직결된 사례가 비교적 많다. 복음서 중 가장 후대에 집필된 요한 복음의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의 치유’에는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하나는 ‘치유의 재료’다. 재료 없이 말씀(의지)만으로 성취된 ‘하느님의 창조 업적’(창세 1장 참조)처럼, 대개의 치유 기적은 예수님의 말씀만으로 실현된다. 반면 눈먼 사람의 치유에는 재료 사용(흙과 예수님의 침: 요한 9,6 참조)이 인상적이다. 이는 인간 창조의 재료인 ‘흙과 하느님의 숨’(창세 2,7 참조)을 연상케 한다. 다른 하나는 ‘치유의 절차’다. 치유 사건이 예기치 않게 한순간 벌어지지 않고, 흙으로 기존의 눈을 완벽히 차단한 후에 실로암 못의 물로 씻는 일련의 순서로 진행된다. 옛 눈에서 새로운 눈으로의 변화를 주도한 정화하는 물은 옛 인간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변모시키는 세례성사의 물을 암시한다.

‘복된 들음’(복음)으로 시작된 신앙은 맡고 맛보며 만지는 ‘복된 여정’을 거친 후에 ‘복된 봄’(지복직관)으로 완성된다. ‘멀어 있는’ 눈은 하느님에게서 ‘멀리 있는’(하느님을 보지 못하는) 인간 실존의 한계를 표상한다. 하느님과 ‘가까이 있는’(하느님을 보는) 사람에게는 측정 가능한 시력과 다른 ‘새로운 눈’이 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듯 ‘하느님을 보는 때’를 고대하는 이들에게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보라”(1,36; 12,15)고 조언한다. 사순 시기는 부활한 예수님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기 위한 재료와 절차를 고민하는 기간이다. 이 재료와 절차를 안내하는 전례 문구는 다음과 같다. “보라, 십자 나무.”(성금요일의 십자가 경배예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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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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