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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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밥상] 사순 시기 금식과 함께할 디톡스 음료

<12> 레몬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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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과 함께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다. 창세기 3장 19절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라는 말씀을 새긴다. 올해는 그 말씀이 유난히 가슴 깊이 박힌다. 세상 곳곳에 전쟁으로 인해 먼지가 된 도시가 있고, 아직 식지 않은 잿더미 속에서 버티며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에 위치한 샤자레 타이예베 여자 초등학교가 수업 중 미사일 공격을 받아 최소 175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중 108명 이상이 7~12세 사이의 어린 학생이다. 소녀들의 장례 행렬을 보며 가슴이 무너졌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불길 속에서 사라져간 영혼들을 생각하며, 기도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그러나 동시에 기도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올해 사순 담화에서 단식을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우리 자신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길”로 정의하셨다. 사순 시기는 40일간의 묵상과 절제를 통해 부활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내게도 40이라는 숫자는 각별하다.

가톨릭 전통에서 사순 시기에는 고기를 삼가고,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는 금식한다. 채식을 한 지 8년째이니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은 일상이다. 유난히 무거운 사순 시기를 보내며 올해는 금식하며 기도하기로 했다.

사람은 음식이 없어도 오래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물이 없다면 버티기 힘들다. 나는 2020년 40일간의 단식을 경험했기에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은 해고된 지 36년이 지나도록 복직을 이루지 못한 채 정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복직의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기 전, 그의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바로 단식이었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우리는 단식을 시작했다. 혹독한 겨울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찬 바닥에 앉아 아무 준비 없이 시작된 단식이었다. 그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건네준 것은 따뜻한 소금물이었다. 밥처럼 물을 마시며 버틴 40일이었다.

지금도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침, 가장 먼저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명 유지를 위한 ‘모든 대사 활동의 기본’이 물이기 때문이다. 혈액의 약 9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 부족하면 피가 끈적해진다. 그럼 피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뇌와 다른 기관으로 산소와 영양소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게 된다. 신장을 통해 분해된 독소와 노폐물이 몸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도 물이 필요하다. 소변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체온 조절의 역할도 물이 한다. 여름엔 땀이 많이 나고 겨울엔 땀이 잘 나지 않는 이유이다.

짧은 단식은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만든다. 오래되거나 손상된 세포를 청소하고 재생하는 이 과정을 ‘오토파지’라고 한다. 몸을 비우는 일이 곧 새로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성금요일을 앞두고 레몬 큐브를 미리 만들었다. 조금 있으면 제주 레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 부지런히 만들어 얼려둔다. 제주 레몬은 흐르는 물에 껍질만 깨끗이 씻으면 된다. 그러나 수입 레몬은 소금으로 문지르고, 식초 물에 담그고, 베이킹 소다를 쓰고, 심지어 뜨거운 물에 데치기까지 해야 하니 손이 많이 간다. 그러니 이처럼 애쓸 필요 없이 제주 레몬이 나오는 계절에 여분의 레몬 큐브를 만든다. 곧 봄나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해독 식품이 되고 여름이면 오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니 일 년 내내 레몬을 먹기 위해 애쓸 이유가 없다. 계절에 맞게 디톡스(독소제거)도 충분히 가능하다.

요즘은 편리하게 레몬 농축액을 많이 즐기기도 한다. 시중에 저렴하게 판매되는 레몬 농축액은 대부분 가열 처리되어 영양 성분이 많이 사라지고, 맛과 향을 위해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번거로워도 제철 제주 레몬을 직접 갈아 얼려두는 이유다. 따뜻한 물에 한 조각 녹여 마셔도 좋고, 탄산수에 넣어 에이드로 즐겨도 좋다. 순 식물성 재료이니 금육일에 마시기 좋은 디톡스 음료가 된다.

올 사순 시기인 성금요일에는 따뜻한 물 한 잔에 레몬 큐브 한 조각을 녹여 마시며 몸을 채우고, 금식으로 몸을 비운다.

전쟁이 계속되는 이 사순 시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잠시 멈추어 기도하고, 작은 절제를 실천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부활절을 기다린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들을 기억하며.



레시피
재료 : 레몬 1㎏


사전 준비
1. 레몬을 깨끗이 씻는다.
2. 세로로 4등분 하여 씨를 뺀다.


조리 순서
1. 믹서기에 갈기 좋은 크기로 작게 자른다. 곱고 크림 같은 상태가 될 때까지 충분히 간다.
2. 얼음 틀에 붓고 냉동한다.
3. 얼면 틀에서 꺼내 밀폐 용기에 옮겨 보관한다.

이 레시피가 여러분의 사순 시기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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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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