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맞이한 다운증후군 청소년들의 가장 큰 적은 아마 비만이 아닐까.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특별히 더 많이 먹거나 운동을 싫어해서 살이 찌는 건 아니다. 의학적으로 그들은 기초대사량이 비장애인보다 낮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동반되기 쉬우며, 근육 긴장 또한 저하되기 쉬워 운동 능력과 활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이의 몸을 유심히 본다. 배가 조금 나온 것도 같다. 허벅지도 더 두꺼워진 듯하고?. 몸무게는 아직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다행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주변 경험담을 보면 한번 찌기 시작하면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고 하니. 실제 매스컴이나 SNS에서 본 다운증후군 청년들은 모두 어느 정도 살집이 있었다.
살집이 있으면 안 되는가? 비만이면 어떤가? 물론 건강함을 위해서는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요즘 ‘자기 관리’라는 말은 윤리적 기준을 높이거나 지성을 쌓는 등의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걸 의미한다. 나는 13살 아이가 자기 관리를 잘하길 바라고 있다. 녀석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구운 김에 잡곡밥을 말아 냠냠 먹는다. 원래는 흰 쌀밥을 좋아하지만 되도록 잡곡밥을 해준다. 그게 자기 관리에 좋다고 해서. 아이는 초콜릿이나 과자·탄산음료 대신 밥을 많이 먹는 편이라, 제 밥을 다 먹고 나면 동생이나 아빠의 밥그릇을 넌지시 쳐다보며 밥을 더 달라 묵언 시위한다. 그러다 “더 주세요” 한마디라도 하면 반가워 밥을 더 주곤 했는데, 그것조차 올해부터 금지다. 아이의 자기 관리를 위해.
자기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사실 나다. 배는 불룩 나왔고 어깨는 안쪽으로 말렸으며 허벅지는 부실하다. 괜한 자기 비하일까? ‘자기 관리’ ‘다이어트’ ‘저속노화’ 같은 시대의 명제 아래 자신을 비하하지 않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엊그제 밤, 아이의 식단과 활동량을 걱정하던 우리 부부는 너무 걱정이 많은 나머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트에서 산 먹태를 안주 삼아 시원하게 마셨다. 밤 11시였다. 집에 오면 소파에 앉고 싶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침대에 눕고 싶다. 그런 와중에 배는 고프고, 탄수화물을 먹어야 포만감이 생긴다. 사정이 이러한데 자기 관리는 무슨 관리인가. 이래서야 아이의 자기 관리를 독려하고 촉구할 자격이 나에게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에게는 ‘자기 관리에 실패한 비만 인간’에 대한 ‘혐오’가 어느 정도 있는 듯하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그러한 혐오의 시선이 두렵기도 할 것이다. 특히 장애인이 살이 찌면 시선이 더욱 꽂힐 테니까. 몇 년 사이 개발된 비만 치료제가 꽤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만큼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관리가 힘들면 약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둘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겠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이가 밥숟가락을 놓는다. 나는 그저 묻고 싶다. “더 먹을래?” 그래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기 관리 실패자가 되어.
서효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