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람이 찬 어느 봄날, 생협 매장에 새로운 나물이 나왔다. 봉지에 ‘세발나물’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새로운 생활재가 들어오면 호기심에 이끌려 어느새 손에 들고 집으로 온다.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으면 된다는 활동가님의 설명을 듣고 물을 끓이며 기다렸다. 포장지를 뜯고 나물을 살펴보니 왜 세발나물일까 궁금했다. 가늘고 뾰족한 잎 세 장이 꼭 새의 발처럼 보였다. 이름을 찾아보니, 그런 모습에서 세발나물이라 불린다는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물이 끓어오르자 소금을 넣고 세발나물을 재빨리 데친 뒤 찬물에 헹구었다. 물기를 짜고 소금, 깨,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쳤다. 초록빛 모습과 향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기대에 차 한입 먹어보는 순간, 짠맛에 그만 ‘윽!’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상하다. 평소보다 간을 더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짜졌을까? 그제야 세발나물에 대해 찾아보니,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염생식물로 갯벌이나 염전 주변, 해안 가까운 논둑 등 소금기가 많은 곳에서 자생하며 본래 짠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물의 특징을 모른 채 평소처럼 소금을 넣어 데치고 간까지 했으니 짤 수밖에 없었다. 버리기엔 아까워 고민하다 문득 밥에 넣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찬밥을 냄비에 올려 참기름을 두르고 데운 뒤 나물과 섞으니 맛있는 나물밥이 되었다. 다음 날 다시 생협에서 세발나물을 사와 살짝만 데치고 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무치니 아삭한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한층 살아났다. 그 뒤로는 봄이 올 때마다 세발나물을 기다리게 되었다.
세발나물은 왜 짠맛을 가지게 되었을까? 바로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세발나물은 바닷가의 모래언덕과 갯벌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그 지역 어르신들은 세발나물이 보이면 뜯어다 겨울과 봄 사이 나물로 무쳐 드셨다고 한다. 바다와 맞닿은 지역에서는 간척을 통해 농지를 넓혀왔다. 2006년 세발나물 재배에 성공한 해남 역시 간척지가 많은 지역이다. 바닷가 사람들만 즐겨 먹던 세발나물은 해남에서 시작된 재배가 남쪽 해안의 간척지로 퍼지면서 점차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표적인 봄나물로 자리 잡았다.
세발나물의 특별한 점은 키우는 데 큰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종 전 밭에 소금을 뿌리거나 재배 중 바닷물을 조금 뿌려주면 건강하게 자란다. 비료나 농약의 도움 없이도 잘 자라 시중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세발나물은 안전하게 재배된다. 또 부추처럼 밑동을 베어내면 다시 자라 4~5번까지 수확할 수 있다. 추위에도 강해 난방 없이 비가림 하우스만으로 겨울을 나니 농가에 이로운 작물이다. 재배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지금은 봄을 알리는 건강한 나물로 자리 잡으며 농민들의 살림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세발나물은 소비자에게도 반가운 음식재료다.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짠맛 덕분에 샐러드나 생채로 먹기 좋고, 살짝 데쳐 식감을 살리면 씹는 맛도 훌륭하다.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간을 줄이게 되는 나물이기도 하다.
영양 또한 풍부하다. 칼슘은 시금치의 스무 배, 칼륨은 바나나의 열두 배에 이른다. 봄철 나른해지기 쉬운 몸에 필요한 비타민 C도 풍부해 항산화, 항노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베타카로틴, 콜린, 미네랄도 풍부해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몸을 깨워주는 나물이다. 봄나물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세발나물은 비교적 부담 없이 식탁에 자주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세발나물을 나물과 나물밥으로만 먹다가 새로운 조합이 떠올랐다. 한여름 과일로 알려진 토마토가 봄에도 나온다. 바로 대저 토마토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서 재배되는 이 토마토는 품종명이 아니라 재배 지역의 이름이 붙었다. 농산물의 맛과 품질이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을 표시하는 제도로 ‘지리적 표시’가 있다. 대저동만이 가진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는 대저 토마토에 지리적 표시를 할 수 있는 이유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낙동강 하구의 염분 있는 토양에서 자라 단맛, 짠맛, 신맛이 어우러진다. 대저라는 이름이 그 땅의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되었다면, ‘짭짤이’라는 이름은 대저농협을 통해 출하된 상품에만 붙는 이름이다. 같은 땅에서 자란 토마토라도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에는 그 땅의 내력과 유통의 맥락이 함께 담겨 있다.
염분이 키워낸 맛, 세발나물과 대저 토마토로 한국식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다. 둘 다 짠맛이 있으니 간은 최소한으로 하고 고춧가루와 들기름을 넣어 가볍게 버무렸다. 이 샐러드를 맛본 친구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이면 늘 이 요리를 만들어 주변과 나눈다. 그대로 샐러드로 먹어도 좋고, 바게트 위에 올려 샌드위치로 즐겨도 잘 어울린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니, 영양은 풍부하고 부담은 적은 세발나물로 봄 식탁을 차려보자.
레시피 - 세발나물 대저 토마토 샐러드
재료: 세발나물 100g, 대저 토마토 4개, 들기름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깨, 간장 1/2큰술
사전 준비
1. 세발나물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대저 토마토를 씻어 한입 크기로 썬다.
조리 순서
1. 볼에 양념을 모두 섞는다.
2. 세발나물을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3. 대저 토마토를 넣어 한 번 더 섞는다.
4. 접시에 세발나물을 담고 위에 토마토를 올린 뒤 깨를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