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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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어도 ‘사랑에 빠지고 싶다’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14) 장애 청년의 삶을 들여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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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챙겨보고 있다. 예능이면 그저 편히 쉬는 시간에 심심풀이로 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요즘은 유튜브나 각종 숏폼 콘텐츠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하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저마다의 취향을 즐기니 예전처럼 전 국민이 알만한 프로그램이 탄생하기 어렵다. 시시껄렁한 유행어를 주고받으며 웃기도 어렵다. 내가 아는 걸 당신이 알고 있을지 모르니까. 당신이 아는 걸 나에게 강요하는 것도 싫으니까.

그래서인지 TV 예능은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뭔가 새로운 시도는 OTT나 유튜브에서 이뤄진다. 새로운 스타도 TV에서 탄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언제적 ‘슈퍼맨이 돌아왔다’이고 언제적 ‘유재석’인가? 그래도 우리는 그걸 본다. 안방에서는 아무래도 익숙한 게 나은 선택이 되니까.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SBS에서 짧은 시리즈로 방영한 ‘내 마음이 몽글몽글 – 몽글상담소’(이하 몽글상담소)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알만한 스타 커플, 이효리·이상순씨를 진행자로 내세웠으나, 출연진은 유명인이 아니다. 유명인은커녕 지금까지는 매체에 출연하기 어려운 사정에 있던 사람들, 발달장애 청년을 출연시킨다. 몽글상담소는 다운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지적장애 등을 가진 청년들에게 ‘지금 사랑하고 싶으냐’고 묻는다. 그들의 사랑이 가능할지 자문한다. 그들의 사랑을 상상해 보았는지, 시청자에게 묻는다.

그런 의문들을 잠시 잊을 정도로 몽글상담소는 재미있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프로그램이다. 이 또한 연애 예능이니 ‘나는 솔로’나 ‘하트 시그널’을 보듯이 즐겨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 와중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완화되기도 할 것이다. 그들에게도 직업이 있고, 취미가 있으며, 웃음과 사랑이 있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된다. 장애 청년의 삶을 일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일순 열릴 수 있다. 다시 닫거나 계속 열려 있거나 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겠지만.

나와 아내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몽글상담소를 보았다. 거기 나오는 청년들이 너무 장한 것이다. 그리고 잘하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의사소통이 되며, 직장을 가졌고 심지어 운전도 하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말을 참 또박또박하는 다운증후군 청년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어쩜 저리 발음도 좋고, 상황 판단도 잘하는지?. 이것은 마치 TV에 나온 영재를 보며 어쩜 저리 수학도 잘하고 암기력도 뛰어난지, 하며 감탄하는 것과 같았다.

몽글상담소의 취지는 분명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부박함을 경계하며 그러지 말자 다짐했는데?. 다음날 아내가 아이 학교에 다녀와 말하는 것이다. “아니, 엄마들이 모두 똑같은 이야기해. 영재발굴단이 따로 없었다고!” 아, 이렇게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미심쩍은 방식으로 허물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 모두가 사랑을 갈구하길, 그래서 좋은 짝과 즐거운 연애를 하길, 즉 영재(!)가 되길 마음 깊이 바란다.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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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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