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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의 저항 자각해야 진정한 자기 변화 가능

[박병준 신부의 철학 상담] 63. 경계 구조: 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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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구조의 ‘힘’이란
우리가 익숙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작용하는
자기 보존적 저항

 
변화하기 위해서 잘못된 개념을 바로잡고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이해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아는 만큼 행동하지만, 반대로 행동함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경계를 허무는 일은 자기 행동의 패턴을 읽고, 그 배경에 자리 잡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때 ‘행동 패턴’과 ‘개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변화에 맞서 작용하는 ‘힘’을 자각하는 일이다. 여기서 ‘힘’(force)이란 우리가 행동하려고 할 때 그에 대응하여 작용하는 경계가 지닌 힘을 의미한다.

힘은 강제력을 갖고 우리의 변화를 제재하곤 한다. 이 힘은 세상 만물이 힘의 상호작용 속에 있듯 경계 구조인 행동 패턴과 개념이 갖는 자기 보존적 특성을 의미한다. 반복을 거듭하는 나의 고착된 행동 패턴을 바꾸고, 나에게 각인된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내가 자기 변화를 하고자 하는 순간 더욱 강하게 저항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 저항하는 힘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는 ‘익숙함’이다. 반복된 행동은 우리 안에 내면화되고 익숙하게 되어 고유한 행동양식으로 자리 잡는데,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우리의 사고·감정·행위 일체는 본성적으로 이 익숙함에 길들어져 있다. 이 힘은 평상시 작용하지 않는 듯하지만, 내가 변화를 주도하려고 하는 순간 강한 거부와 저항으로 나타나곤 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이런 현상을 현존재의 ‘일상성’ ‘평균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 익숙함은 낯섦을 섬뜩함과 두려움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근원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잠재되어 있다. 편견과 소통의 부재도 사실 이런 경계가 지닌 힘의 근원성에 기인한다. 경계가 지닌 힘은 매우 중독적이며, 매사 우리를 통제하려고 하는 만큼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이 힘을 자각하고, 또 이를 넘어서려는 부단한 의지를 보여야만 한다.

경계가 지닌 힘은 사회의 통속 관념, 즉 보편적 윤리 규범과 규칙, 관습과 법, 전승과 전통을 통해 구조적으로 더욱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 힘은 대중성이라는 통속적인 보편성으로 포장되어 변화에 따른 두려움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곤 한다. 대중 속에 자기를 은닉함으로써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안정을 꾀하며, 위장되고 거짓된 평화를 추구한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경계의 힘은 이를 자각하고 벗어나려는 매 순간 친숙한 패턴과 개념으로 되돌아가도록 나를 수시로 압박한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이런 힘의 원인을 사람들은 보통 심리적 혹은 사회적 요인에서 찾으려 하지만, 철학상담은 세계관의 경계 구조를 통해 밝힘으로써 자기 경계 탐색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영혼의 치유를 위한 진정한 자기 변화는 경계 구조가 보여주듯이 철학적 사고와 부단한 훈련을 통해 자기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만 오로지 가능하다. 따라서 일상의 자기 성찰을 통해 경직된 사고 체계와 삶의 지표가 되는 핵심 개념, 그리고 그것이 삶 속에서 어떻게 표상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의 가치 지향이 개방적·포용적·긍정적인지, 아니면 폐쇄적·배타적·부정적인지 심층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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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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