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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상, 왜 이리 어려울까요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15)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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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같은 반 친구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는데, 엄마가 되고서는 한 번도 야구장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자폐 스펙트럼인 아이가 야구장의 소음에 이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매우 깜짝 놀라고 자신의 머리를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식이다.

한국의 야구장은 때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노래방으로 불릴 정도이니, 이해할 만하다. 나 또한 응원하는 팀이 괴이하고 한심한 플레이를 할 때, 그렇게 하기도 한다! 여하튼 그 아이는 이제 열세 살이니, 엄마는 십수 년이 되도록 현장에서 야구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누가 아이를 대신 봐주면 좋겠지만, 만만치 않은 사정이 가정마다 있을 터이니 뭐라 참견하기 어렵다.

다른 아이의 가족은 외식이 불가하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아이가 바깥 음식을 모조리 거부해서 그렇다. 먹는 환경에 강박증이 있어, 낯선 장소에서 식사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이다. 가까스로 학교 급식은 해냈지만, 외식은 학교 급식만큼 연습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집에서 먹는 밥이 가장 맛있겠지만, 그렇다고 단 한 끼도 빠짐없이 차리고 치우는 노동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배달 음식으로는 맛볼 수 없는 여러 맛집을 못 간다는 사실도 섭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또래 학부모의 사연은 그나마 귀여운 수준이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부모는 그만큼 나이가 들고 몸도 쇠하기 마련이라, 아이의 힘을 점점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 특히 남자아이 부모는 점점 더 전전긍긍하게 된다. 장애인이 어쩌다 일으킨 사건 사고는 쉽게 일반화되고, 편견의 꼬투리가 되곤 한다. 가끔 일으키는 이상 행동은 너그럽게 넘어가기 힘들다. 최소한 흘겨보거나 가끔은 본인의 일상이 방해받은 걸 극렬히 항의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가정이나 시설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야구장이나 맛집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야구장과 맛집에서, 또 전철이나 버스에서, 놀이공원이나 시장에서부터 풀어야 하지 않을까? 어쩔 수 없는 장애로 인해 어색해하고 불편해하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차분히 기다려줄 수는 없는 걸까? 아이들이 적응할 때까지, 우리가 편안한 공간에서 그들도 편안해질 때까지, 그리하여 장애인과 그 가족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다시 야구장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최근 완공 후 개장하여 팬들의 사랑을 받는 한 야구장은 사실상 복도에 장애인석을 마련한 것도 모자라 얼마 있지 않아 그 공간에 인조 잔디를 깔고, 장애인석이 아닌 특별석으로 꾸며 따로 티켓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구단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야구장에 가고, 맛집에 가고, 외출하고 여행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다.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꿈에 그리는 소원이 된다.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매우 이상한 일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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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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