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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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밥상] 바쁜 농부의 봄날을 채운 ‘잡나물’ 한 상

<15>잡나물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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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밭일이 시작되었다. 두 주 전부터 밭에 겨우내 만들어둔 퇴비를 부지런히 뿌리고 있다. 뿌리 작물을 키울 땐 부지런히 퇴비를 뿌려두면 좋다는 농부님 말을 듣고 퇴비 부어 밭 만들기가 한창이다. 지난가을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마늘 독립하기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세 고랑이나 심었는데 마늘 싹은 겨우 열 개 남짓 올라왔다. 그때 사용한 씨앗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 마늘을 심은 밭의 상태가 모두 그렇다. 내가 잘 돌보지 않아서 마늘이 죽은 것이 아니라니 괜히 안심된다.
기다리다 마늘은 포기하고 그곳에 감자와 강낭콩을 심기로 했다. 간간이 올라온 마늘을 피해 둑을 올렸다. 작년 가을 씨앗으로 사용하려고 집에 둔 보라 감자와 빨간 감자, 홍감자를 심었다. 마늘 자급자족은 힘들어졌으니 감자라도 잘 키워보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왔다.

밭 한쪽에 옮겨심은 딸기도 겨울을 잘나고 싹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딸기도 제대로 된 밭을 만들어 옮겨심어야 한다. 작년에 혼인한 친구가 친구들에게 선물로 모종을 주었다. 나는 딸기 모종과 산마늘 모종을 챙겨왔다. 그늘을 좋아하는 산마늘은 나무 그늘이 있고 물이 흐르는 밭의 가장자리에 심어두었다. 여름내 산마늘을 심어둔 자리에 풀을 못 잡아서 산마늘은 죽었나 싶었는데 풀이 다 사라진 봄이 되니 힘차게 싹을 올렸다. 어찌나 반갑던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딸기는 밭의 둑에 자리를 잡아 풀 베면서 혹시라도 다 베어질까 노심초사했다. 부지런히 풀을 뽑고 옥수숫대를 이용해 밭의 경계를 표시해뒀다. 딸기도 겨울을 잘 넘기고 단풍든 잎을 땅에 꼭 붙이고 존재를 드러냈다. 딸기밭은 어디에 만들까 고민하다 아래로 줄기를 뻗을 수 있는 자리로 위치를 바꾸기로 하고 딸기를 뿌리째 옮겨주었다.

씨앗이 아닌 모종은 땅을 파고 물을 듬뿍 준 다음 옮겨심는다. 뿌리와 흙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꼭꼭 눌러줘야 한다. 그래야 뿌리가 잘 자리 잡고 씩씩하게 클 수 있다. 딸기를 옮겨심은 후 꼭꼭 눌러주며 기도한다. 이곳에서도 잘 자리 잡기를. 이번 여름엔 딸기도 만날 수 있기를.

정신없이 밭을 만들고 모종을 옮겨주고 나니 겨울 동안 얼어있던 땅에서 새싹들이 마구 올라온 모습이 보였다. 지난주 작은 냉이들이 올라와 이번 주는 먹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벌써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꽃대 올린 냉이를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밭을 만들다 말고 냉이와 쑥,  망초, 캐모마일(카밀러)을 부지런히 캐기 시작했다.

망초는 그대로 두면 키가 어른 허리만큼 자라면서 뿌리도 깊이 내려 골치 아픈 풀 중 하나이지만, 딱 이맘때 캐다 먹고 말리면 훌륭한 묵나물이 된다. 맛도 좋다. 향긋한 캐모마일은 밭을 일구며 만난 새싹의 신세계다. 어린잎은 생으로 샐러드를 하면 풍미가 끝내준다. 또 살짝 데치면 향긋하고 아삭한 식감이 최고다.

밭 곳곳에 올라온 수레국화 새싹이 보인다. 꽃이 피면 아주 예쁜데 작물이 있는 곳의 수레국화는 풀이라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되어 아마도 서러울 것 같다. 수레국화 새싹은 뿌리째 캐서 옮기기로 하고 밭 끝에 자리를 잡아주었다. 작물이 크는 동안 수레국화가 밭의 예쁨을 책임져주겠지.

봄에만 만날 수 있는 이 어린 새순들을 못 먹고 지나면 아쉽지 않은가? 봄풀을 찾아 밭 곳곳을 헤매고 다녔다. 어느새 냉이와 망초, 쑥, 돼지파, 캐모마일이 수북이 담겼다. 쑥은 이제서야 새싹을 올리느라 아주 야리야리하다. 쑥 뿌리를 그대로 밭에 두면 다시 쑥이 자라니 멀리 던져주어야 한다. 냉이는 제법 뿌리가 실해져 향이 물씬 올라오는 게 맛이 좋을 것 같다.

푸짐하게 나물이 모이니 다시 밭에 씨앗을 넣었다. 완두콩은 세 알씩, 감자는 하나씩 넣고 흙을 살살 덮어주었다. 일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니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밭에서 캐온 봄풀들로 잡나물 무침을 만들었다. 잡나물은 다양한 나물을 섞어 한 번에 즐기는 나물을 말한다. 이 나물로 주먹밥을 만들어 저녁상에 올린다. 양지바른 밭에 제비꽃이 쏙 올라왔다. 잡나물 무침과 제비꽃 주먹밥으로 바쁜 봄날의 맛과 멋을 동시에 챙겼다.

봄이 주는 작은 선물들이다. 겨울의 언 땅에서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파릇파릇 새싹이 쑥쑥 올라온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봄나물을 찾아 먹자. 세상 어느 보약보다 훌륭한 것이 봄에 올라오는 새순이다.





레시피-  잡나물 무침
재료 : 냉이, 쑥, 캐모마일, 망초, 돼지파, 된장, 들기름, 통들깨 (삶은 잡나물 양 200g)

사전 준비
1. 냉이는 뿌리를 칼로 살살 긁어 깨끗이 다듬는다.
2. 쑥은 뿌리를 잘라낸다.
3. 캐모마일은 작게 조각낸다.
4. 망초나물도 작게 조각낸다.
5. 다듬은 나물은 모두 깨끗이 씻어 놓는다.

조리 순서
1. 냄비에 물을 올려 나물 삶을 준비를 한다.
2. 물이 끓으면 냄비에 소금을 한 숟가락 넣고 먼저 캐모마일을 넣자마자 바로 빼서 찬물에 식힌다.
3. 냉이, 쑥, 망초를 넣는다. 2분 정도 삶아낸 후 찬물에 담가 깨끗이 씻는다.
4. 돼지파도 2번과 같은 방법으로 준비한다.
5. 된장 2큰술, 들기름 1큰술, 통들깨 1큰술을 넣고 양념장을 잘 섞어준다.
6. 물기 뺀 나물을 살살 흔들어 준비된 양념장에 조물조물 무쳐낸다.
7. 접시에 나물을 담고 통들깨를 올린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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