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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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중학생도 교복을 입는다면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16) 교복 지원금의 쓰임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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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가 뜻밖의 말을 건넨다. 첫째 앞으로 교복 지원금이 40만 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교복 지원금? 무상 교복? 어렴풋이 뉴스에서 보고 들은 것 같다. 교복값이 너무 비싸 부담스러우니 각 지자체가 보조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 교복이 40만 원보다 더 비싸다는 말인가? 아내는 당연히 그렇다고 한다. 지원금이 없다면 아무래도 부담스럽기는 하겠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크게 실감하지 않았다. 첫째가 다니는 학교는 교복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에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특수학교 중학생인 아이는 교복을 입지 않으므로, 교복 대신에 의복 지원금 명목으로 바우처를 받게 된다고 한다. 매장에서 아이 옷을 사고 영수증으로 증빙하면 후에 정산을 해준단다. 나는 난데없는 장난기가 발동해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본다. 그럼 내 옷 사고 아무 영수증이나 내면 되겠네? 아내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혀를 찬다. (물론 나도 진담은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가 교복 대신에 입을 티셔츠나 바지를 계절별로 사기로 했다. 요즘 물가에 따라 옷값도 무척 올라서 생각보다 많이 못 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아이 새 옷 고르는 일은 즐겁다. 마음에 들고 잘 어울리는 옷을 적당한 가격에 사서 잘 입고 다니는 건 평범한 이들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다. 학교 다닐 적에는 교복이 참 싫기도 했다. 남들과 똑같은 옷을 매일 입고 다녀야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멀쩡한 교복을 줄여 입기도 하고, 괜히 단추를 더 풀기도 하고, 가방이나 신발에 더 신경 쓰기도 했다. 그게 멋인 줄 알았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맘때 단정한 교복만큼 예쁜 옷이 더 있겠나 싶다. 이런 말을 하다니?. 나도 나이 들고 학부모가 되었나보다. 교복을 줄여 입던 그 시절 나는 그런 이를 두고 ‘꼰대’라고 불렀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첫째가 교복을 입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교복을 입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지원금까지 받아 마련한 교복을 잘 입지 않는다고 한다. 활동복 개념의 편한 옷을 즐겨 입는단다. 떠올려 보니 동네에서 마주친 학생들 대부분이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교복은 정장 개념처럼 꼭 입어야 할 자리에서만 입는단다. 그게 아이들에게 더 나을 성싶다. 한창 크는 아이들에게 입학할 때 맞춘 옷이 맞을 리도 없거니와, 편한 게 최고 아니겠나.

그렇다면 특수학교 또한 교복을 입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어제 아이는 따뜻한 봄날을 맞아 작년 생일에 큰맘 먹고 산 야구 점퍼를 입고 갔다. 선생님들이 옷이 참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다고 한다. 아무렴 교복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할까. 우리는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40만 원어치 옷을 계절별로 조금씩 사기로 한다. 7월 말까지 써야 한다고 하니 주로 여름옷일 것 같다. 그렇다면?. 그 김에 내 옷도 한 벌 살 수 있으려나? 아내의 혀 차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온다.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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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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