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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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과 친해질 수 있을까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18) ‘모범 독서가’ 첫째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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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회사 일이 바빠 퇴근이 늦어졌다. 6학년인 둘째는 슬슬 밤을 사랑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12시가 다 되어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제 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뭔가 한다. 유튜브 영상이나 보고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인데, 물론 그런 시간도 있지만 대체로 그림을 그리거나 문제집을 마저 풀거나 책을 읽거나 하며 대중없이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아이에게 ‘영상 그만 보고 일찍 자야지’ 하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염치없다. 나는 저맘때 어떤 밤을 보냈더라?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아이도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지만 입 밖에 꺼내기 면구하다. 나 또한 잠들기 전에 누워서 독서는커녕 하염없이 짧은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므로.

딴에는 시인이자 작가이고, 책 만드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참으로 부끄럽다. 잠들기 전 간단하게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했던 희미한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 일인 것 같다. 더는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침대맡에 책을 두어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영상이 더 편했다. 짧으면 짧을수록 그랬다. 깊은 고민을 요하지 않았고, 머리와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루가 힘들었는데, 잠들기 전에는 좀 편안해도 되지 않을까? 어떤 석학이 말하길, 이러한 태도가 뇌를 썩게 만든단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얼마만큼 썩은 걸까.

2025년 성인 평균 독서율은 38.5라고 한다. 조사 이후 40 이하의 수치가 나온 건 처음이라고. 2015년 같은 조사에서는 61.5였으니 10년 사이 거의 반토막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10년 전에는 자기 전에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김애란의 소설을 읽고 황현산의 산문을 펼쳤다. 그런데 지금은? 쇼츠로 정치 뉴스를 보고 릴스로 요즘 유행하는 걸 접한다. 사정이 이러한데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줄어든 독서력에 대한 통감과 성찰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내가 책을 읽지 않고 영상을 보면서 아이에게 영상은 그만 보고 책을 읽으라고 한다? 양심도 없다, 정말.

아이는 그래도 최근 책 한 권을 읽었다. 「양배추를 응원해 주세요」를 읽었다고 한다. 살펴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이라는데, 6학년이 읽었다고 자랑해도 되나? 뭐 어때. 뭐든 긴 글을 읽는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첫째는 읽은 책을 반복해 읽는 편이다. 「괜찮아 아저씨」라는 그림책인데, 같은 대목에서 항상 깔깔 웃는다. 가족 중에 스마트폰이 없는 건 첫째뿐이라 그런지, 우리 중에 가장 책을 사랑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책을 읽으며 파안대소한 적이 아주 오래되었다. 문해력을 따지기 전에, 글을 읽고 웃고 울 수 있는 감정이 먼저일 것이다. 그것은 타인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한다는 말과 같고, 스마트폰에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미덕이다.

모범 독서가인 첫째는 일찌거니 잠들었다. 능청스러운 둘째의 방은 아직 불이 훤하다. 책을 읽고 있는 걸까? 노크하니 뭔가 바쁘게 후다닥 감추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책은 아닌 것 같다. 너무 늦었어, 잘 시간이야, 말하며 나 또한 잘 준비를 한다. 내 손에 들린 건 역시?.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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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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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들이 아침을 기다리기보다 파수꾼들이 아침을 기다리기보다 내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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