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 교회가 제정한 ‘생명 주일’입니다.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성명서」(5월 3일 자 서울 주보 7면 참조)를 잘 읽고 묵상하여 우리의 사명을 다짐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은 1984년 파리에서 있었던 한 강연회에서 “나는 유교 신자이자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고백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공자님은 “내가 아침에 도(道)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겠다. 군자는 도를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중국 교회의 한문 성서를 보면 요한복음 1장에서 노래하는 로고스(말씀)를 도(道)라고 번역하였는데 참으로 심오한 통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영원한 생명을 지니신 창조주이시기에 온 우주 삼라만상과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존재와 생명을 주시는 주인이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을 온 인류에게 가져오셨습니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 9) 또한 그분께서는 파스카 신비로 우리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고 하느님의 새로운 피조물로 새롭게 살게 하셨습니다.(2코린 5,17 참조) 이분이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가 이 분의 전 존재와 삶 안에 담겨 있고 하느님 아버지가 지니신 온갖 부요와 충만함(에페 3장)이 깃들어 있기에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존재인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존재가 되도록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참다운 제자로서 이분을 내 유일한 스승이자 주인으로 나의 사랑하는 님으로 모시고 살 때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나 혼자만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덕행의 삶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비록 우리가 구원된 존재이지만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공동체적인 신앙의 생활이 요청됩니다.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여서 사는 하느님의 가정입니다.
교회가 한 가정이라면 그 구성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의 형제자매이기에 이 공동체의 존립 목적은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라는 말씀을 이루도록 서로 돕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을 주시는 말씀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