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빠르게 지고 곧 여름이 올 것처럼 더워진다. 날이 더워지니 봄나물이 급하게 세어지고 있다. ‘봄나물을 더 즐겨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몇 해 전부터 봄나물 하면 떠오르는 내 ‘최애 나물’이 생겼다. 예전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집이 장독대 근처나 마당에 늘 있던 흔한 나물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다들 이 나물을 잘 모른다. 나도 이 나물을 알게 된 것이 함께 농사를 짓는 농부님 텃밭에서 처음 만나고부터다. 크게 돌보지 않아도 이른 봄부터 새싹이 돋아나 몇 번이고 잘라 먹을 수 있는 나물, 바로 ‘삼잎국화’다.
‘팀화요’가 농사짓던 밭의 주인이 땅을 팔겠다고 하면서 그곳에서 더 이상 농사를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던 삼잎국화를 옮겨올 생각이었는데, 그만 밭 주인이 굴착기로 나물을 모두 뽑아버렸다. 게으름 피우다 미처 옮겨오지 못한 게 못내 서운했던 기억이 다시 난다. 그런데 영숙 언니 집에 삼잎국화가 잔뜩 있는 것이다. 너무 좋아서 언니에게 집 앞 공터에 옮겨 심고 싶다고 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었다. 내가 삼잎국화를 옮겨 심으려던 그 자리에 트럭으로 흙을 붓고 있었다. 땅 주인이 풀 관리가 힘들다며 흙으로 그 땅을 덮어버린 것이다. 삼잎국화 꽃밭을 만들고 싶었던 꿈은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삼잎국화 나물을 자립해서 먹으려던 꿈이 사라졌지만 올해도 삼잎국화 나물이 생각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물이 잘 있는지, 뜯으러 가도 되는지 물어보니 언니가 하는 말이 “글쎄, 삼잎국화를 누가 싹 다 뜯어갔어. 지금 먹을 게 하나도 없네, 어떡하지?” 한다. 잘 가꿔진 텃밭인데도 주인 허락 없이 들어가 나물을 다 뜯어간 것이다. 언니 밭에는 삼잎국화·취나물·파드득나물·방풍나물·잔대나물 등 다양한 나물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올해는 삼잎국화를 먹지 못하는 건가 싶어 실망했다.
그런데 뜻밖의 장소에서 삼잎국화를 만났다. 양평에서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전정임·이홍근 농부님 댁에서 생협 강좌를 준비했다. 친환경 농산물이 생협을 통해 어떻게 유통되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는데, 세상에 농부님 댁 밭에 삼잎국화가 있는 것이다.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농부님께서 삼잎국화를 한 아름 따다가 나물로 비벼 먹으라며 건네주셨다. 아주 반가워 얼른 데쳐내고, 소금과 들기름에 살짝 무쳐뒀다. 올해도 무사히 삼잎국화를 먹었다.
봄나물을 다듬다 보면 꺾어낸 줄기 부분이 금세 까맣게 변하는 걸 보게 된다. 쓴맛이 나는 나물들의 특징이다. 삼잎국화도 마찬가지다. 공기에 오래 닿을수록 더 빨리 변하니, 손질 후에는 빨리 삶는 것이 좋다.
나물을 데칠 때는 물을 넉넉히 붓고 시작하는 게 좋다. 물이 부족하면 미처 잠기지 못한 잎이 검게 변하기 때문이다. 소금을 1큰술 넣고 물이 끓으면 삼잎국화 줄기부터 넣고, 30초 지난 다음 잎을 넣어 앞뒤로 뒤적여준다. 2분 정도 삶으면 되는데, 연한 잎만 있다면 시간은 더 단축해도 된다.
나물 삶는 법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사실 나물 삶는 법은 자주 해봐야 감이 익혀진다. 참 어려운 말이다. 적당히, 감으로, 이런 말들이.
삶은 나물은 찬물에 바로 헹궈 색을 살리고 물기를 뺀다. 이때 물기를 너무 꼭 짜면 나물의 맛있는 성분이 사라지니 적당히 짜준다.
봄나물은 각자 독특한 향기가 있기 때문에 무칠 때 마늘이나 파 같은 향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물 자체의 맛과 향이 잘 살아나도록 소금이나 간장만으로 가볍게 무치는 것이 좋다.
오늘은 삼잎국화와 양배추 사워크라우트, 표고버섯으로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봄나물의 향을 즐기기 위해 고추장 대신 미나리를 쫑쫑 썰어 만든 미나리 간장으로 가볍게 비벼 먹는 비빔밥으로, 이날 교육의 마지막을 모두가 함께하는 밥상으로 마무리했다. 참여하신 모든 분이 맛있게 밥을 먹었다. 물론 이번 비빔밥에도 봄꽃이 올라갔다. 서양제비꽃과 제비꽃으로 삼잎국화 비빔밥을 향기롭게 먹었다.
레시피 - 삼잎국화 나물 비빔밥
재료
삼잎국화 300g, 표고버섯 200g, 양배추 사워크라우트, 미나리 200g, 간장 3큰술, 깨 1큰술, 들기름 4큰술, 소금 약간.
사전 준비
1. 삼잎국화는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2. 표고버섯은 기둥의 딱딱한 부분은 가위로 잘라내고, 젖은 행주로 갓의 안쪽과 윗면을 닦아준다.
3. 미나리는 깨끗이 씻어 줄기만 따로 준비한다.
4. 사워크라우트는 꺼내둔다.
조리 순서
1. 표고버섯은 모양대로 얇게 썰어 소금을 살짝 뿌려둔다.
2.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이고 소금 1큰술을 넣는다. 물이 끓으면 삼잎국화 줄기부터 넣고, 30초 후 잎을 넣어 앞뒤로 뒤적이며 2분 정도 삶는다.
3. 찬물에 바로 헹궈 색을 살리고 물기를 적당히 짜준다.
4. 나물 삶은 냄비에 찜기를 올려 표고버섯을 2분 정도 찐다.
5. 나물을 한 입 크기로 썰어 소금과 들기름 1큰술을 넣고 무친다.
6. 그릇에 밥을 담고 나물, 사워크라우트, 표고버섯을 올린다.
7. 미나리를 쫑쫑 다져 간장 3큰술, 들기름 3큰술, 깨를 넣고 섞어 미나리 간장을 만든다.
8. 밥 위에 미나리 간장을 올려 비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