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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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은 어쩌다 금기어가 됐을까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20) 섭섭한 요즘 학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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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둘째 모두 몇 년째 소풍을 가지 못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는 코로나라 그런가 싶었는데 전염병 시대가 지났는데도 아이들은 소풍을 가지 못했다. 내년 2월이면 졸업인데 수학여행도 기약이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지 않을 모양이다. 아이들을 보며 항상 저맘때 나는 무슨 추억을 쌓았더라, 곰곰 되짚어 보곤 하는데 아무래도 소풍이며 수학여행을 갔던 날이 최고의 기억이다. 5학년 소풍에서는 친구들과 서태지와 아이들 안무를 연습해 무대에 올랐었다. 6학년 수학여행에서는 한 방에 둘러앉아 진실게임을 하며 쓸데없이 두근두근한 마음을 갖기도 했었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추억을 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추억에 친구들과 단체로 떠나는 여행의 기억은 없을 거라는 사실에 괜히 내가 다 섭섭하다. 아이들은 더 서운한 모양이다. 3학년 때 마지막 소풍을 간 둘째는 불과 3년 전 6학년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서 꽤 분개했다. 학교가 엉망이라더니, 더 나아가 이 사회에 큰 문제가 있고 급기야 세상이 망해가고 있다는데?. 딱히 할 말이 없고 해서 딴청 부렸다. 첫째의 학교 체육대회에 학부모 참관이 사실상 금지되었다. 아이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학교가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학교는 너희에게 사회와 다름없을 텐데. 학교는 너희에게 세상 그 자체일 텐데.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과 교사의 과중한 업무 때문이라고 한다. 사고라도 발생하면 인솔 교사가 져야 할 형사적 책임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일 것이다. 처음부터 가지 않고 하지 않는 게 민원과 사고를 막는 최선일는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괴담처럼 들려오는 학부모들의 민원 이야기는 실소조차 나오지 않는다.

어느 학년에서는 체육대회에 입을 단체티를 반별로 만들었는데, 임의로 배정된 색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민원이 있어, 앞으로 티셔츠를 맞추지 않기로 했단다. 어느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사비로 학생들의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런 싸구려 선물을 줄 거면 아예 주지를 말라는 민원을 받았다고 한다. 소풍이나 체험학습, 체육대회와 수학여행 모두 아이들에게는 추억거리이자 학습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것이 어른인 우리의 이기심과 아둔함으로 인해 없어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가 공론화되는 듯하다.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사고의 위험도 방지하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모든 일이 잘 풀린대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게 또 못내 아쉬워 아이와 주말에 공원에 나가 김밥을 먹으려 한다. 가족끼리라면 민원도 없고, 우리 아이만 돌보면 되니 사고도 덜하겠지. 하지만 친구와 김밥을 나눠 먹을 수도 없고, 괜한 일탈도 없을 것이며 장기자랑 연습 따위도 할 일이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려니, 되도록 아무런 일도 하지 않게 된다. 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이 괜히 섭섭해서, 쓴 입맛만 다시는 중이다.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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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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