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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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교회의 ‘성가정’, 신앙 잇고 순교자 길러내다

[한국 교회 주역, 청년들] (22) 박해 시기 그리스도인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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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교회 순교자들은 가정 안에서 조부모와 부모에게 기도와 신앙 교육을 배우며 성장했다. 문학진(토마스 아퀴나스), ‘103위 순교 성인’ 일부, 서울 혜화동성당.


신앙의 씨앗을 뿌리는 곳은 ‘가정’이다.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신 육화의 신비는 ‘나자렛 성가정’뿐 아니라 모든 가정과 연결돼 있다. 참하느님이시고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하느님의 생명을 모든 인간에게 주시는 구세주이시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도인 가정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단지 신앙의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신앙을 권면해야 하며 가정을 ‘성가정’으로 가꿔야 한다. 이것이 교회가 권고하는 그리스도인의 가정상이다.

선교사 없이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신앙 공동체를 이룬 것이 한국 가톨릭교회의 큰 자랑이다. 이것 못지않게 자랑스러운 것이 있다. 바로 수많은 가정에서 순교자들을 배출하고 복자와 성인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이다.


성인·복자 배출한 한국 가톨릭교회 성가정들

정약종(아우구스티노) 가족 모두는 순교자이다. 정약종과 장남 정철상(가롤로)은 복자품에, 정약종의 부인 유 체칠리아와 아들 정하상(바오로), 딸 정정혜(엘리사벳)는 성인품에 올랐다. 정철상의 장인 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과 처남 홍인(레오), 홍교만의 사촌 서(庶)동생 홍익만(안토니오), 홍익만의 사위 홍필주(필립보)와 그의 어머니 강완숙(골룸바) 역시 복자다.

유항검(아우구스티노) 가정 또한 순교자 집안이다. 유중철(요한)·유문석(요한)이 아들이고, 이순이(루갈다)가 며느리이다. 유중철·이순이는 동정부부다. 그리고 유중성(마태오)은 조카다. 이들 모두 복자로 공경받고 있다. 부인 신희 또한 순교자로 하느님의 종으로 선정돼 있다.

이순이의 오빠 이경도(가롤로)와 동생 이경언(바오로)도 복자다. 이들 세 남매의 어머니 안동 권씨가 하느님의 종 권철신(암브로시오)·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동생이다. 따라서 이들 세 남매는 권일신의 자녀인 복자 권상문(세바스티아노)·권 데레사 남매와 외척 간이다. 세 남매의 아버지 이윤하(마태오) 또한 초기 조선 가톨릭 신앙공동체의 핵심 인물이었다.

한국 가톨릭교회 첫 순교자인 복자 윤지충(바오로)은 복자 윤지헌(프란치스코)의 형이고, 복자 권상연(야고보)과는 이종사촌 간이다. 또 정약종 일가와는 고종사촌 간이고, 유항검 일가와는 가까운 인척이다.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아버지 김제준(이냐시오), 당고모 김 데레사가 성인이고, 증조부 김준후(비오)와 작은할아버지 김종한(안드레아)이 복자다.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아버지는 성 최경환(프란치스코)이고, 어머니는 복자 이성례(마리아)이다. 복자 최해성(요한)도 최 신부의 먼 친척이다.

허계임(막달레나)과 딸 이영희(막달레나)·이정희(바르바라), 외손녀 이 바르바라, 시누이 이매임(데레사) 모두 성인이다. 이광헌(아우구스티노)·권희(바르바라) 부부와 딸 이 아가타, 동생 이광렬(요한) 모두 성인품에 올랐다. 최창흡(베드로)·손소벽(막달레나) 부부와 딸 최영이(바르바라), 사위 조신철(가롤로) 또한 한 가족으로 성인이 됐다.

복자 현계흠(바오로)은 현경련(베네딕타)·현석문(가롤로) 성인의 아버지다. 남명혁(다미아노)·이연희(마리아), 남이관(세바스티아노)·조증이(바르바라), 박종원(아우구스티노)·고순이(바르바라) 부부 세 쌍은 모두 성인품에 올랐다.

유진길(아우구스티노)·유대철(베드로), 조화서(베드로)·조윤호(요셉) 성인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고, 한영이(막달레나)·권진이(아가타), 이 가타리나·조 막달레나 성인은 어머니와 딸 사이다. 박큰아기 마리아·박희순(루치아), 김효임(골룸바)·김효주(아녜스), 이영덕(막달레나)·이인덕(마리아) 성인은 자매들이고, 홍병주(베드로)·홍영주(바오로) 성인과 복자 김대권(베드로)·김화춘(야고보)은 형제다.

아울러 복자 최인길(마티아)·최인철(이냐시오) 형제는 복자 최창현(요한)의 아저씨뻘이다. 복자 김이우(바르나바)·김현우(마태오) 형제의 배다른 형이 김범우(토마스)다.

윤유일(바오로)은 윤유오(야고보)의 형이며, 윤점혜(아가타)·윤운혜(루치아) 자매의 사촌 오빠로 이들 모두 복자다. 또 윤운혜의 남편 정광수(바르나바)와 시누이 정순매(바르바라) 역시 복자품에 올랐다.


교회 가르침 충실히 지키며 가정 내 신앙 교육

한국 가톨릭교회처럼 교회 안에서 공적으로 공경하는 성인과 복자가 가족과 혈연으로 얽혀 있는 예는 보편 교회 안에서도 거의 없다. 이는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증명해주는 본보기다.

조선 왕조 치하 박해 시대 그리스도인 가정은 매일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삼종기도, 아침·저녁 기도뿐 아니라 성경과 기도서를 읽고 외우며 주일과 축일의 의무를 충실히 지켰다고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는 증언했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이런 분위기가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의 상당수 집안에서 3~4대에 걸쳐 순교자를 배출했고, 때로는 배교를 했다가도 다시 신앙을 회복하는 원천이 됐다.

복자 이경언(바오로)은 순교를 앞두고 자녀들에게 다음과 같이 유언을 남겼다. “내 아들과 딸아,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고 어머니께 효의 도리를 다하는 데 힘을 쏟도록 하여라. 모든 사람을 상냥하게 사랑으로 대하고, 너희가 이 세상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는다면 너희는 당연히 천국에 오를 것이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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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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