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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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지키고자 광주를 기억합니다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22) 5월,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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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광주 지역 첫 희생자는 고 김경철 열사였다. 그는 청각장애인이었다. 광주 시내에서 구두를 닦거나 집기를 수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이었다. 1980년 5월 18일 그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일감을 찾고 있었다. 곤봉을 든 계엄군을 보고 도망가라는 시민들 소리를 듣지 못해 공수부대원에게 붙잡혔다. 장애인증을 보여주며 몸짓 발짓을 하는 그를 계엄군은 벙어리 흉내를 낸다며 더욱 심하게 구타했고,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19일 새벽 3시 사망한다. 사망 원인은 구타였다. 5·18민주묘지에 있는 그의 묘역 번호는 ‘1-1’이다.

이렇듯 폭력은 약자에게 더욱 거대하고 참혹하다. 오월 광주는 민주·인권·평화를 폭압적으로 강탈하고 억압하려는 세력에 끝내 저항한 마지막 양심이다. 그 과정에 장애인·어린이·청소년·여성·청년이 희생되었다. 광주 금남로 일대에는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옛 전남도청(현 아시아문화전당) 맞은편 전일빌딩에는 헬기 사격의 총탄이 선명하다. 그 앞 분수대는 자료화면에서 본 모습 그대로 둥글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건만 그날 죽은 이는 당연하게도 이 세상에 없다. 하나 한강 작가가 말한 대로 12·3 내란 정국에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화의 보루로서 그날의 희생은 멍에가 아닌 명예가 된다. 약자를 지키고, 연대와 존중으로 함께 살게 한다.

근래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영령을 모독하는 일이 너무나 잦다. 굴지의 대기업이 5월 18일에 ‘탱크데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야당 원내대표는 5·18 기념식에 광주 가면 대접을 못 받아 ‘더러워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극우 단체는 그날 수많은 이가 희생된 금남로 거리에서 내란을 옹호하며 “광주야 눈 떠라” 구호를 외치며 당당하게 집회를 연다.

인스타그램·스레드·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국가 폭력을 미화하며 지역을 혐오하는 게시글이 차고 넘친다. 젊은 세대일수록 극우적 세계관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하니 더 큰 걱정이다. 오월 광주의 정신을 반대로 쓰면 이러할 것이다. 약자를 배제해도 되고 타인을 혐오해도 되며, 권력의 폭력은 용인되고 공동체는 와해되는 세상. 정말로 그러한 사회를 바라는 걸까?

어쩌면 약자 중에서도 약자일 첫째를 바라보면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아직 뉴스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둘째를 보면 어떤 어른이 될지 감히 마음 놓기 어렵다. 내가 성을 내고 있으니 둘째가 묻는다. 왜 화가 났느냐고, 누가 나쁘냐고. 나는 찬찬히 설명을 시작한다.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하여 아이들과 책을 읽기로 했다. 전일빌딩을 화자로 한 그림책 「기억 빌딩 245」, ‘원제 저수지 총격 사건’과 ‘주남 마을 미니버스 총격 사건’을 다룬 청소년 소설 「저수지의 아이들」, 1980년 5월 열흘간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동화 「이토록 푸른 오월에」,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원작인 「오월의 달리기」 등등. 내 아이와 먼저 진실을 나누겠다. 읽음으로써 잊지 않겠다. 5월에 하는 작은 다짐이다.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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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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