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 속
노년을 바라보는 일은
노년과 다른 세대들이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지를 배우는 과정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파이가 된 남자’인데, 1947년생 배우 테드 댄슨이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미국의 한 실버타운이다. 그러므로 주인공을 비롯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노인이고, 주인공의 딸과 손주, 함께 일하는 회사 대표 등 몇몇이 젊은 층이다. 노인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라니, 세계관이 다르다. 반갑고 궁금하다.
나는 책 속 노년에도, 드라마와 영화 속 노년에도 관심이 많다. 우선 미디어는 책보다 접근성이 높아 보는 이가 많다. 그리고 모든 삶은 한 편의 드라마이기에 동시대 노년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가족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캐릭터인 조부모의 삶도, 나이 든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집중한 어느 영화 속 노인의 삶도, 모두 다 맥락과 의미가 있다.
이로미·권승태 작가가 쓴 「21세기 노년」은 한 대학의 교육학 수업 ‘노인 교육론’에서 진행된 ‘영화 속 시니어월드’의 확장판이다. 독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마디로 ‘영화를 읽어주는 책’인데 10편의 영화 모두 세계 각국의 노인이 주인공인 점이 매우 흥미롭다. 10편의 영화 중 특별하게 마음이 간 영화 두 편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데 ‘인턴’ 그리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영화 ‘인턴’ 하면, 댄디한 은발의 노인 로버트 드니로가 단박에 떠오른다. 시니어 인턴 벤의 활약이 얼마나 눈부셨던지, 또 다른 주인공 앤 해서웨이와의 연기 합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주요 장면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는 작년 연말에도 훈훈한 영화를 보고 싶어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역시나 결말은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었고 영화에서 그려진 노장(老將) 캐릭터는 그보다 더 멋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책 「21세기 노년」으로 그 영화에 대한 해석을 읽으면서 이번엔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됐다. 우리는 70세 주인공의 인턴 생활을 보면서 ‘노인에 관한’ 교육을 받은 셈이었고, 20대의 젊은 CEO와 청년기 직원들은 벤에 의해 ‘노인에 의한’ 교육을 받은 것이었다. 노인의 연륜이 쓸모와 가치가 되어 사회로 돌아온다. 그 결과 젊은이들은 노인에 대한 우정을 느끼고 존경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보는 관객들은 노인을 둘러싼 사회에 대해 배운다.
어려서는 배우고 커서는 일하고 나이 들어서는 여가를 즐기며 쉬는 사회, 이제 그런 사회가 아니다. 책에는 ‘연령통합사회’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정말 그렇다. 이제는 모두가 항시 배우고 항시 일하고 항시 여가를 즐긴다. 모든 것이 전 연령에 걸쳐 일어나고 그러한 맥락이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다. 그래서 70세의 벤이 인턴이 된 것이다. 영화가 10년 전 나온 것을 감안하면 그때의 70세는 지금의 80세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80세인 내 아빠는 “평생 배우는 거야”라는 말을 즐겨 한다. 사실은 “평생 돈 주고 배우는 거야”라는 말을 더 자주 한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좀 아깝게 돈을 쓰게 되더라도 그 덕분에 또 하나 배운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빠의 인생철학이다. 제대로 속아서 바가지를 쓰게 되었을 때에도, 이제 배웠으니 다음번엔 안 그럴 테고 더욱이 돈 주고 배운 것이니 억울해서라도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해석한다. 뭔가 나름 계산적인데 세속적으로 보자면 이렇게 계산적이지 못할 수가 없다.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100세가 된 주인공 알란은 100세 생일날 요양원을 도망친다. 뭔가 재미난 인생을 꿈꾸며 시도한 탈출. 그 후 알란은 좌충우돌 모험을 강행하며 역사를 바꾸기 시작한다. 역사적 인물의 목숨을 구하고 핵 개발에 관여하며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만나고 탈출한다. 모두 100세 노인이 한 일이다.
스웨덴은 사회 복지 서비스가 잘 되어있는 나라다. 덕분에 65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스웨덴에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책과 영화가 늘고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쓰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스웨덴 작가의 책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최근 본 책과 영화 속 실버타운·요양시설은 모두 1인 1실이었고 환경은 집과 아주 유사했다. 요양시설에 들어가서도 노년을 최대한 즐기고 우정을 나누었으며, 쾌적한 시설은 다만 노년의 부의 척도가 아니라 일반화된 느낌이었다.
“‘나이듦’을 배워야 모두가 행복하다.” 책 뒷면에 쓰여있는 책에 대한 요약이다. 드라마와 영화 속 노년을 보면 노년과 다른 세대들과의 관계가 보이고, 이 시대 노년의 입장과 자리가 보인다. 책에서 말한 연령통합사회란 전 생애에 걸쳐 배우고 일하고 즐기는 것이었지만 내가 생각한 연령통합사회란 전 연령이 어우러져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서로가 서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많아진 노년 세대에 대한 것을 우리 모두 배워야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