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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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잊지 말아라, 나는 여기 있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요한 6,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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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 안젤리코 작 '사도들의 영성체'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잊으며 삽니다.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지난주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됐는지?. 바쁘게 살다 보면 중요한 것들이 소리 없이 흐릿해집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감각해졌나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단 하나를 명합니다. “기억하여라.” 광야 사십 년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이 선포되는 시점은 백성이 약속의 땅 문턱에 막 다다른 때입니다. 가장 풍요로워지려는 그 순간에, 모세는 가장 궁핍했던 시절을 잊지 말라고 촉구합니다.

왜입니까? 풍요는 망각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배가 부르고, 편안해지면 누가 곁에 있었는지를 잊습니다. 모세가 두려워한 것은 가나안의 적군이 아니었습니다. 백성의 마음 안에서 조용히 자라날 안주와 망각이었습니다.

이것은 광야의 이스라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삶에도 광야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울었던 밤들, 작은 위로 하나에 무너지지 않았던 시간들. 그 안에서 분명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습니까.

오늘 이 미사에서 우리가 받아 모시는 성체와 성혈은 바로 그 ‘기억’입니다. 주님께서는 복음에서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처음 이 말씀을 들은 이들은 당혹스러워했습니다. 너무 직접적이고, 너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선포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성체는 개념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고’, 곧 ‘현재화하고’, 그 기억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실 때, 우리는 ‘너를 위해 내어준 몸’이라는 그 사실을 다시 몸 안에 새기는 것입니다. 그분이 나를 위해 쪼개지셨다는 것, 그 사랑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성체를 받아모심은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불러오는 살아있는 기억, 곧 구원 사건의 ‘현재화’입니다.

코린토 1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도 하나라고 말이지요. 성체는 나 혼자만의 기억이 아닙니다. 같은 빵을 나누어 먹는 이들이 함께하는 기억입니다. 이들은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몸을 나눕니다. 사랑의 공동체는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은 특히 기억의 날입니다. 우리의 광야를 기억하고, 시련 때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셨음을 기억합시다. 우리를 위해 빵이 되신 그분을 기억하며, 그분 사랑이 오늘도 변함없이 함께하고 있음을 되새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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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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