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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 맞는 첫 ‘생일’을 축하해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25) 퇴근길, 케이크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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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는 건 참 대단한 권리다. 내게 꼭 필요한 것, 내가 좀 불편한 것, 나와 조그맣게라도 연관 있는 것은 어떻게든 알아야 한다. 하지만 몰라도 된다는 것은 앎이 별로 필요하지 않으며, 그렇더라도 내 삶에 불편함이 없으니 그건 나와 하등 상관없다는 말이다. 젊은이가 노인의 숙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재벌가가 통근길 대중 교통비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대치동 수험생이 시골 분교 학생의 사정을 모르는 것처럼. 내게도 그런 게 있다. 여성의 생리가 그렇다.

그걸 생리라 부를지 월경이라 부를지 혹은 그냥 그것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어려서는 그게 무언지 전혀 배운 적 없었고, 커서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배가 아프다고 하니 아픈 줄 알았다.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아프기도 하대서 그렇게 아픈가 싶었다. 대학이나 직장에서 어떤 남자들은 예민하다 싶은 여성을 두고 “쟤 생리하냐?” 하고 쑥덕거리고는 했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지껄였다. 몰라도 되는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누리면서.

딸아이 둘에게도 그날이 왔다. 첫째는 또 바지에 실수한 줄 알았더니 생리혈이 묻어 있었다고 했다. 다운증후군 어린이는 키도 작고, 하는 행동도 아기 같은 면이 많아서, 처음에는 괜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가 받아들이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주변 친구들은 모두 시작했는데 자신만 아직 아니어서 내심 걱정이라고 했었다. 되레 시작하고 나니 개운한 모양이다. 저 또래 여자아이들은 저러한 대화도 나누는구나, 새삼 알았다. 꽤 의연하고 어른스러운 것 같다. 어디선가 알지도 못하면서 쑥덕거리던 남자 어른보다 훨씬 더.

1년 간격으로 찾아온 첫째와 둘째의 첫 생리 날, 아내의 조언을 받아 퇴근길에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사왔다. 초를 밝히니 첫째는 자연스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나는 가사에 ‘생일’이 들어가는 자리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괜히 발음을 뭉개본다. “어어 축하합니다, 스스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축하할 일인지 모르겠다. 여태 이토록 몰라도 되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아이들이 무사히 삶의 한 과정에 들어섰음을 축하해야 마땅할 텐데도 생물학적으로 이제 마냥 아이라고 할 수는 없는 나의 아이들에게 모종의 섭섭함과 애석함을 느끼는 것도 같다. 뭘 잘 모르니 생기는 마음인 듯싶기도 하지마는.

그래, 나는 잘 모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커 나가는 아이에 내 어린 시절을 견주며, 딸들을 안다고 생각해왔다. 살며 몸에 쌓인 경험을 토대로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 저럴 땐 저렇게 하면 안 돼, 가르치고 안내해줬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 나갈수록 나의 앎에서 벗어난다. 몰라도 되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던 세계로 나간다. 내 게으름이 아이의 걸음 걸음을 재촉한 건 아닐까? 잘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그걸 꼭 알아야 하겠는데, 결국 모를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진작에 좀 잘 알 걸 그랬다. 뭘 잘 모르며 하는 후회다.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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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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