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지구밥상] 비건의 외식 고충과 샐러드 한 통의 해법

<27>채소 밀프렙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하지가 지났다.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이 가장 긴 시기. 모내기를 모두 끝내고 물을 대고 장마를 대비해 작물을 수확하는, 가장 바쁜 절기다.

하지가 지나면서 날은 점점 더워지고 무더위와 장마가 닥치니 작물뿐 아니라 사람들도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 여름을 잘 날 수 있다. 나도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낮은 한여름 무더위를 실감하는 날들이 이어지는데다, 일정이 쏟아지니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도 알람을 꺼두고 다시 잠이 들어 생각한 시간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피곤이 쌓였구나 싶었다.

일정이 많다는 건 밖에서 밥 먹을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비건(채식)을 실천하기 때문에 사실 밖에서 밥 먹는 일이 쉽지 않다. 요즘은 내가 가면 알아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챙겨주시는 동네 밥집도 생겨 그나마 수월해졌지만, 회의나 외부 일정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다.

오늘도 서울로 회의를 가는데 점심이 도시락으로 나온다. 매번 달걀도 생선도 해물도 먹지 않는다고 미리 말해두는데도, 늘 도시락 안에는 두부를 달걀 물 입혀 굽고, 꽈리고추는 멸치와 볶고, 나물은 젓갈에 무쳐져 나온다. 김치도 당연히 젓갈 베이스라 밥 먹는 시간이 고역이다. 도시락을 신청할 때 조금만 신경 써주면 금방 해결될 일인데, 도시락 업체에서 그런 건 못 한다며 말도 꺼내주지 않으니 상황이 바뀌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요즘 가장 많이 나오는 쌈채류를 먹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생협 매장에서도 쌈채류가 잘 팔리지 않아 매번 폐기되는 일이 많아진다. 그만큼 많이 나오는데, 왜 바깥에서 밥을 먹으면 이 흔한 채소를 먹을 수가 없을까? 농민들이 애써 가꾼 채소들이 버려지지 않고 사람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여름은 잎이 넓은 채소를 많이 먹으면 좋다.

상추는 칼슘과 철이 많이 들어있고 불면증에 도움이 되며 몸속 노폐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뼈를 위해 칼슘제를, 불면증엔 멜라토닌을, 노폐물 해소를 위해 끊임없이 해독을 위한 무언가를 찾는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수많은 음식으로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알고 실천하면 좋겠다.

도시락을 열면 먹을 수 있는 찬은 남기고 안 먹는 찬은 다른 분들이 드실 수 있도록 미리 덜어드린다. 그러고 나면 텅 빈 도시락통을 보는 분들이 뭐 먹고 사느냐며 걱정하시고, 자신들의 도시락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찬을 서로 덜어주신다. 감사한 일이지만 그러면 이분들 또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한 끼 정도야 어떠냐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작은 시간과 매일의 먹거리가 쌓여 오늘의 내가 되니 매 순간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오늘은 도시락통이 비어도 먹을 수 있도록 샐러드 밀프렙을 급히 만들었다. 집에 있는 채소를 작게 잘라 색색으로 가지런히 담아주면 된다. 오늘은 이 샐러드로 배부르고 맛있게 밥을 먹을 것이다. 좋다.

이런 경우 많은 분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소스를 만드는 일이다. 소스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걸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기 쉬운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나만의 소스를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음식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는 일을 사람들은 어려워한다. 나는 음식도 상상의 세계라고 본다. 자신만의 창의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세계다. 비법소스가 아니라 그냥 집에 있는 양념을 조화롭게 섞으면 그것이 소스다. 그냥 해보자. 오늘보다 나은 소스가 내일 또 만들어지면서, 결국 나만의 비법소스가 나오게 될 것이다.


레시피


재료: 검정콩, 율무, 백태(콩), 깻잎, 붉은치커리, 양배추, 적양배추, 오이, 당근라페, 붉은 양파
드레싱: 올리브유 3큰술, 가을 향기 간장 1큰술, 감향초 사과식초 1큰술


사전 준비

1. 콩은 미리 삶아둔다.
2. 당근라페는 미리 만들어둔다.



조리순서

1. 모든 재료는 작은 크기로 자른다.
2. 밀프렙할 병에 소스 먼저 담는다.
3. 소스 위에는 물기가 생기지 않는 콩류를 먼저 넣는다.
4. 색이 다른 채소들을 번갈아 담는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7-0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7. 2

로마 12장 18절
여러분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로이 지내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