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DMZ 평화의 숲에서 펼쳐진 ‘경계에서 온 소리’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위로와 기억-우주상여가 DMZ를 건너다’라는 주제로 전쟁과 분단으로 이 땅에서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고 배웅하는 자리로, 사라진 것들의 기억 위에서 다시 생명이 자란다는 이야기를 담는 프로젝트였다.
기후 활동가인 내가 차리는 밥상이 이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리였다. 프로그램 기획자이자 DMZ숲 임미려 대표는 이 밥상을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행사가 말하려는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으로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라진 것을 애도한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을 함께 나눠 먹는 자리. 그래서 이 밥상을 기후·지역 음식문화 체험 세션으로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제안을 받고 바로 떠오른 것은 남과 북의 대표 밥이었다. 화합을 의미하는 밥. 비빔밥보다 더 알맞은 밥상은 없어 보였다. 북한의 대표 비빔밥인 해주비빔밥과 남한의 대표 비빔밥인 전주비빔밥을 DMZ숲 식탁에 올리기로 하고 식탁을 채울 다른 메뉴들을 고민하다, 더운 날 숲을 탐방하고 돌아온 참가자들에게 청량하고 향기로운 이 음료를 내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분홍빛 음료는 바로 자소엽차다.
내가 처음 자소엽차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지리산에 살고 있는 ‘종윤샘’ 덕분이었다. 그의 텃밭은 없는 것 빼고 모든 게 있는 마법의 텃밭이었다. 여름이 깊어진 어느 날 종윤샘은 보랏빛 깻잎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다. 여름에 마시면 좋은 음료를 만들어 주겠다며 텃밭의 자소엽을 모두 베어 가져왔다.
일본 요리에만 사용한다고 생각한 자소엽으로 여름 음료를 만들다니 신기했다. 만드는 법도 너무 간단했다. 깨끗하게 씻은 자소엽 잎의 물기를 잘 털어주고, 냄비에 물을 붓고 자소엽을 넣고 끓여주면 된다. 끓이면서 자소엽에 들어있던 색소들이 다 빠져나가고 깻잎처럼 초록색이 된다. 자소엽차를 맛본 그해 여름부터 나도 수업 시간이면 참여하는 모든 분께 웰컴티로 자소엽차를 내주고 있다.
DMZ숲 행사에도 웰컴티로 자소엽차를 준비하려 했지만 결국 자소엽을 구할 수 없어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생협에서 유기농 포도밭 일손돕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산자님 댁에 도착하니 마당과 포도밭에 자소엽이 가득한 게 아닌가! 내가 “세상에, 자소엽을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여기 이렇게 많이 있었네요”라고 하자 생산자님이 다 따가라고 하셨다. 일손돕기 갔다가 완전히 횡재한 셈이다.
자소엽을 알고 나니 이게 깻잎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져 책을 찾아 공부를 시작했다. 소엽 종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잎의 앞뒤가 모두 보라색이며 주름이 있는 참소엽과 주름이 없는 개소엽, 그리고 잎의 뒷면만 보라색인 것과 앞뒤가 모두 녹색인 청소엽으로 나뉜다.
소엽의 소(蘇)자는 한자로 소생하다, 쉰다는 뜻을 담고 있다. 몸을 소생시키고 편안하게 하는 약초라는 뜻이다. 소엽은 향이 좋고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는 식물이라고 한다. 자소엽은 줄기를 꺾는 순간부터 기분 좋은 향을 낸다.
여름 같은 계절에 소엽을 넣으면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나들이용으로 먹는 김밥에도 깻잎이나 자소엽을 넣으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국을 끓일 때 사용해도 쉽게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생선이나 육류의 독을 풀어주고 항산화,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약재 및 음식재료로 널리 활용된다. 「동의보감」에는 어류나 육류의 독을 풀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루테올린 성분이 풍부해 항알레르기 및 항염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소엽 음료는 상큼하고 예쁜 분홍색을 띠는 건강 음료다.
모든 음식은 약이라는 의미의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계절에 맞는 음식을 잘 먹는 것만으로도 병을 예방할 수 있으니, 소엽도 자주 상에 올려 여름철 식중독을 막고 몸의 기를 돌게 하자.
레시피
재료: 자소엽(생잎) 50g, 물 400㎖, 설탕 40g, 레몬즙 2큰술
사전 준비
1. 자소엽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어 준비한다.
2. 레몬을 씻어 즙을 준비해 둔다.
조리 순서
1.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자소엽을 넣고 약 10~15분간 우려 진한 보라색이 나오도록 한다.
2. 색이 잘 우러나면 잎은 건져낸다.(이때 잎의 색은 초록색이다)
3. 불을 줄여 설탕을 넣고 녹을 때까지 저어준다.
4. 약간 식은 상태에서 레몬즙을 넣어준다. 이때 예쁜 분홍빛을 낸다.
5. 냉장고에 보관했다 마신다.
팁 - 자소엽의 안토시아닌 색소는 산성(레몬즙)에 반응해 분홍빛으로 변한다. 여름철 차갑게 마시면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