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2월 23일에 태어나 닭고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눈도 못 뜬 채 고기를 먹고, 한여름 복날마다 끓인 삼계탕의 인삼과 대추, 아무도 손대지 않던 그것까지 모두 먹었던 어린아이는 커서도 여전히 닭고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미국에서 들어온 할아버지의 닭튀김은 맛의 신세계를 열었고, 보드라운 빵 속의 닭고기 패티는 햄버거의 새로운 맛의 기준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부지런히도 닭을 먹던 69년생 닭띠는 어느 날 고기를 끊게 되었다.
2002년 6월 어느 날,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고 오롯이 채소, 과일, 곡물식만 하기로 했다. 이유는 큰아이를 낳고 8년 만에 얻은 작은아이의 아토피 때문이었다.
그 작고 여린 피부에 피어난 붉은 반점들과 수포는 내가 작은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큰 사람임을 깨닫게 했다. 아이는 매일 밤 가려워서 울며 잠들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나도 지쳐 갔고, 직장 퇴근 후 우리 집으로 와준 여동생이 없었다면 아마도 난 아이를 내 품에서 놓고 나도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 병원을 처음 찾았을 때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아토피니 꾸준히 목욕 후 바르라며 락티케어 로션을 처방해주었다. 의사의 지시대로 부지런히 바르자 신기하게 일주일 만에 아이의 피부는 본래의 보드랍고 뽀얀 피부색을 되찾았다. 나는 드디어 이 모든 힘든 순간이 지나갔구나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잠시였다. 의사가 준 그 로션을 다 쓰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의 피부는 그 전보다 더 심해졌고 아이는 다시 힘들어했다.
이 모든 일이 아이가 지구별에 도착하고 6개월 안에 일어났다. 그때 자연치유법을 알게 되었고, 아토피는 먹거리·환경·스트레스 등 모든 요인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사를 통해 아이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식품군을 배제하니 순 식물식 식사만을 해야 했다. 그땐 너무나 절실해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없이 바로 시작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먹거리를 바꾸고 유해 환경 물질이 없는 집안 환경을 만들고, 아이를 업고 산을 오르내리는 등 아토피를 고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했다.
그렇게 모유 수유가 끝나고 나는 다시 일상의 식사로 복귀했다. 내 몸에 이상이 있어 시작한 채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먹거리 고민으로 시작된 생협 운동은 그렇게 내 삶의 길로 시나브로 스며들었다. 축산에 대해 공부를 하다 공장식 축산을 알게 되었다. 가축들이 살아가는 끔찍한 환경을 알고, 최소한 이런 고기를 소비해서 공장식 축산의 기반을 굳건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결심으로 육식을 다시 끊었다. 그렇게 나의 채식 생활은 여러 시간을 지나 지금의 ‘비건’이 되었다.
69년생 닭띠는 이제는 닭과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어른, 닭을존중하며 사는 사람이 되었다. 올 중복에는 들기름 면두부 요리로 많은 사람과 복날의 복달임 음식 문화를 돌아보았다.
레시피
재료 : 면두부 2개, 가지 3개, 오이 2개, 깻잎 10장, 토마토 2개, 김 4장, 들기름 2큰술, 들깻가루 4큰술, 간장 4큰술, 통들깨 2큰술
사전 준비
1. 가지, 오이, 토마토, 깻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면두부는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3. 김은 부순다.
조리 순서
1. 가지는 길고 얇게 썰어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린 후 식힌다.
2. 오이, 토마토는 동그란 모양을 살려 얇게 썬다.
3. 깻잎은 돌돌 말아 얇게 채를 썬다.
4. 넓은 접시 가운데 면두부를 올리고 한쪽은 가지를 소복이 담는다.
5. 다른쪽에 김, 들깻가루, 통들깨, 깻잎을 올린다.
6. 면두부 위에 토마토를 올리고 그 위에 오이를 올린다.
7. 플레이팅이 끝나면 들기름과 간장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