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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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야 직성이 풀리겠니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31) 강박과 습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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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엘리베이터의 천재다. 엘리베이터 애호가이다. 엘리베이터 마니아다. 이런 말이 가능한가? 엘리베이터가 뭐기에? 다운증후군을 포함하여 발달장애인은 어느 정도 행동 패턴과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더러 강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비장애인도 버릇이나 습관이란 이름으로 곧잘 그렇게 한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면 강박이라 할 수도 있을 텐데, 예를 찾아 눈을 멀리에 둘 것 없이 내 이야기를 하자면 매일같이 프로야구를 보고 지면 시무룩하고 이기면 싱글벙글한 것이 아마도 습관일 것이다. 만약 지는 날이면 건강을 해칠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이기는 날에는 기분 좋다고 유니폼과 굿즈를 사 젖혀 가산을 탕진한다면 그건 강박일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습관과 강박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엘리베이터 사랑은 습관일까 강박일까. 우선 녀석은 본인이 버튼을 눌러야 한다. 누르지 못한다고 해서 이상 행동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그저 기운이 빠지는 정도인데, 기운이 빠진다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 가벼운 습관이라 해도 될 듯하다. 아이가 검사받을 만큼의 언어조차 쓰지 않아 인지 능력을 수치화한 적은 없으나 그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적은 편인데, 적어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기억력이 비상해진다.

우리 집은 당연하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센터는 물론 1년에 한두 번 가는 할머니, 외할머니, 고모, 이모 등등의 층수를 모두 외고 있다. 우연인가 싶어 실험 삼아 가만둬 봤더니 할머니 집 갈 때는 23층, 이모 집 갈 때는 7층을 정확하게 누른다. 그러고 숫자가 표기되는 창을 가만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읊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가끔 엘리베이터 안이 혼잡해 누군가 그 창을 가리고 있으면 어른들 몸 사이를 비집고 고개를 내밀어 어떻게든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숫자를 본다. 이건 강박일까 습관일까.

지금은 고쳤지만, 더 어릴 때는 쇼핑몰이나 큰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보이면 무조건 타자고 했었다. 엘리베이터를 지나쳐 가면 바닥에 앉아 통곡하는 날도 있었다. 이러한 버릇은 아내의 호통과 회유를 거쳐 성공적으로 교정되었다. 지금 아이는 같은 경우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아련하게 쳐다볼 뿐이다. 내 사랑 엘리베이터가 저기에 있네. 가서 버튼 누르고 싶다. 타서 숫자 바뀌는 거 보고 싶다. 하나, 둘, 셋 세고 싶다⋯. 이러한 욕구가 그 눈빛에서 느껴진다. 그 모습은 마치 전날 처참하게 패배한 경기 결과에 분노하며 다시는 야구 그까짓 거 안 본다고 선언해놓고 당일 오후 6시 30분이 되자 슬그머니 리모컨을 들어 중계 채널을 찾는 내 모습과 흡사하다. 이것은 강박일까 습관일까.

아이는 엘리베이터를 좋아한다. 아이는 엘리베이터를 특별히 좋아하는 청소년이다. 아이는 엘리베이터를 무척 좋아하는 청소년 발달장애인이다. 이렇게 정리하니 아이의 습관에 대해 마음이 조금 놓인다. 그나저나 요즘 녀석이 살이 조금 찌는 것 같으니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다니도록 유도를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내 버릇은 쏙 빼놓고 아이 버릇만 걱정하는 이른바 어른의 심성이란⋯. 대체 강박일까 습관일까.

서효인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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