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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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은 무게가 다른 돌봄이다

[서민선 아녜스 작가의 노년을 읽습니다] 31. 조경아 등 「케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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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가사 도우미, 육아를 돕는 사람을 육아 도우미라 한다. ‘도우미’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하여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직업’이라고 나온다. 가사와 육아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의미다. 이번엔 간병인을 찾아봤다. 간병인의 사전적 정의는 ‘아픈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이다. 가사 도우미, 육아 도우미, 간병인 셋 다 돈을 주고 사는 서비스의 형태다. 그런데 간병인의 설명에는 ‘대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 이유가 위계가 다른 돌봄을 제공해서라고 한다면, 과한 해석일까. 간병이란 간병하는 이가 주체가 되는, 위계와 무게가 다른 돌봄이다.

노년을 말할 때 연상되는 단어는 죽음뿐이 아니다. 돌봄·간병·요양 시설 등의 단어가 항상 떠오른다.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간병인’이라는 단어는 아직 문학에서 미지의 세계다. 문학에서만 미지의 세계일까? 우리 모두에게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잘 알아야만 하는데 잘 모르는 단어. 비현실적인 현실의 이야기들. 간병을 하든 간병을 받든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단어, 간병인.

「케어러」는 간병을 소재로 한 앤솔로지 소설집으로 4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간병인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 어떤 이야기일까. 제목 자체만으로 관심이 갔다. 고단한 간병인의 독백일까? 직업인으로서의 간병인 이야기, 즉 노동 이야기일까? 아니면 간병인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간병받는 이들의 이야기일까?

첫 번째 소설 「당신 곁의 누군가」는 간호사 출신 간병인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드라마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염원하던 VIP병동으로 가게 된 베테랑 간병인이 있다. 프로페셔널하며 동시에 미스터리한 그녀는 VIP병동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다. VIP병동 환자의 살해범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간병하며 가족의 결속을 굳건히 다진 이야기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이다. 부디 가족 중 누군가를 간병할 일이 생긴다면 소설 속 이야기처럼 ‘악화가 양화’가 되기를. 가족의 비극 중에도 그런 좋은 일이 제발 생겨나기를 아주 깊이 바라고 바란다.

내 가족 중 아픈 이가 생겼을 때, 그로 인해 우리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던 어느 날. 미사 중 자비송을 올리던 그 시점이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그때 자비송을 부를 때마다 눈물이 났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가족 모두 난생처음이라고 할만한 비극을 겪던 중이었다. 그런데 자비송을 부르던 중 문득 깨달았다. 주님께서 비극으로 아파하는 우리 가족에게 주신 단 하나의 선물이 있는데, 그걸 우리가 받았구나.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것, 우리 가족에게 주시려고 하는 것이 이것이구나. 불행 중 다행이다.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 가족은 또 다른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종종 생각한다. 이 막다른 길에도 주님께서 준비해두신 또 다른 양화가 있겠지. 주님, 그게 무엇인가요.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아직 제가 찾지 못한 걸까요.

세 번째 소설 「간병인」에서는 장르가 확 바뀐다. 「간병인」은 현직 경호원의 간병 아르바이트 이야기인데, 소설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액션 스릴러가 눈앞에 그려졌다. 이런 이야기도 좋다. 나는 자주 자연스레 드라마 속 주요 인물의 직업으로 간병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간병인이라는 캐릭터를 편견이나 가감 없이 그려줬으면 좋겠다. 대상화하지 않고 우리 곁의 누군가로.

마지막으로 돌봄의 굴레에 들어선 이 땅의 50대 여성 이야기를 다룬 소설 「내 이름은」. 시부모님의 돌봄을 끝내니 친정부모님의 돌봄 계절이 왔다. 그전에는 아이들을 키웠고 이제 주인공 본인도 노년이 가까이 왔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많이 답답했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 우리의 이야기여서 그랬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니고 부모를 돌보는 이 시대의 여성들, 돌봄에 갇힌 우리들의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답답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소설집의 모든 이야기가 좋았다. 소설화된 간병인 이야기는 구체적이었고 다면적이었고 이야기가 입혀져 있었다. 읽는 나는 간병하는 삶에 대해, 간병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가는 쓰고 독자는 읽고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떠돌아다니고, 그러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가 잘 모르는 그러나 우리가 곧 밀접하게 겪을 간병이라는 세계를. 그리고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간병이라는 죽음 주변을 둘러싼 세계가. 한 인간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의미 있게, 따뜻하게 만들어주기에 간병이라는 행위와 간병인이라는 존재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러니 관심 갖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 간병이라는 위계가 다른 돌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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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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