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계획에 새 성당 부지 포함… 건축허가 취소돼

수원교구 기산성당 전경, 주로 공장 건축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벽체로 건설됐다. 신자들은 새 성당 건축을 원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화성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핑퐁 행정 속에 철거 위기를 맞고 있다.
수원교구 기산본당(주임 오정섭 신부)이 새로 지으려는 성전이 국토교통부와 화성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핑퐁 행정 속에 기약 없이 멀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산성당이 경기 화성시 기산로 63 현 위치에 자리 잡은 건 20년 전인 2006년 9월이다. 당시 주변은 논밭과 소규모 공장이 대부분이었고, 아파트는 드물게 있는 한적한 곳이었다. 신자들은 800여 평의 터에 스티로폼 벽체로 된 임시 성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신자들은 지역 새터민과 차상위계층 등 이웃을 돌보며 지역 사회와 함께해왔다.
본당 신자 2000여 명의 꿈은 새 성전을 짓는 일이었다. 신자들은 건축비 마련을 위해 피자를 구워 팔고, 묵주 기도를 바쳤다. 준비를 마친 본당은 2021년 1월 교구에 건축계획을 보고했고, 그해 5월 건축 설계 및 감리 계약을 체결했다. 8월에는 화성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건축허가를 신청한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국토교통부는 그해 8월 30일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3차 신규 공공택지(진안지구)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LH는 성당 부지를 강제수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후 10월 18일에는 화성시 동부출장소가 건축허가 불가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본당 측이 국가사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 속에 지내오던 중 2024년 1월 화성시가 기산본당이 개발행위 취소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갑작스레 통보해왔다. 건축 허가를 받고도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기산성당 인근에 있는 한 대형 개신교 교회, 본당 측은 이 교회는 LH 철거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본당은 화성시 조치가 부당하다는 허가 취소 청문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인근 목암교회와 임마누엘교회 등 개신교 대형교회 2곳은 존치하기로 한 사실도 알게 됐다. 이에 교구와 본당은 지난해 12월 화성시장에게 건축허가를 내줄 것과 LH에는 현 성당 부지를 사업부지에서 제외하는 ‘제척’을 요청했다. 화성시는 개발행위허가 취소 처분을 올해 12월 31일까지 유예했지만, 그때까지 기간 연장 등 개발행위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면 개발행위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반면 사업 시행자인 LH는 현재 진안지구 지정과 지구계획이 2024년 2월 완료된 상태에서 성당 부지만을 개발구역에서 제척하는 건 형평성과 법률 근거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2028년부터 본격적인 보상이 개시되는 만큼 개발 수용 후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 기산성당 종교용지에 대해 조성원가로 우선순위 공급안을 내놓고 있다.

기산본당 신자들이 “특혜나 화려한 보상금을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 땅에서 우리 힘으로 성전을 짓겠다”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기산본당 신자들은 지난 5월부터 본당 제척을 요구하며 성당에서 LH 화성사업본부까지 시위를 하고 있다. 1만 5000명에 달하는 지역민들도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LH의 강제수용 계획이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초법적 독선’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20년간 북향민과 소외계층의 울타리가 돼온 기산성당을 철거하는 것이 LH의 공익이냐”며 “시작부터 부실한 개발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감찰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기산본당은 LH의 개발계획이 공고되기 전에 국가가 승인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종교용지 개발허가를 취득했는데도 LH의 부당한 압박으로 건축허가를 가로막는 건 명백한 행정권 남용”이라며 “다른 종교시설은 존치하면서 기산성당만 강제수용하려는 것은 종교 자유와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주임 오정섭 신부는 “2021년 화성시가 건축허가를 내줘 성당을 지었으면 이미 새 성전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특혜나 화려한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 땅에서 우리 힘으로 성전을 짓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