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토’는 이탈리아어로 빻다, 으깨다, 두드리다 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절구에 빻아 열을 가하지 않고 만드는 소스를 칭한다.
페스토 하면 바질페스토가 대표적이다. 바질이라는 허브가 흔하지 않을 때는 바질 1㎏ 가격이 정말 비쌌다. 요즘도 농약 없이 재배한 바질은 여전히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허브로 페스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바로 깻잎이다.
깻잎은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독특한 향신채소다. 깻잎 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좋아하는데, 그 향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정유 성분이 강렬한 향을 만든다. 나는 그 깻잎 향이 너무 좋은데, 딸은 싫다며 깻잎을 안 먹는다.
여름 채소는 대체로 성질이 차가운데 깻잎은 따뜻한 성질의 채소다. 자칫 생채소를 많이 먹어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막아 배앓이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매운탕에 넣으면 식중독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은 철분과 칼슘을 얻기 위해 멸치나 우유 같은 동물성 식품을 떠올리지만, 깻잎에는 이 두 가지 성분이 모두 들어있어 뼈 건강과 빈혈 예방을 위해서도 자주 먹으면 좋다. 한국의 허브인 깻잎에는 로즈마린산이 풍부해 뇌 신경 보호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계룡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가 해준 깻잎 들기름 찜을 먹은 적 있다. 그저 들기름과 양파를 조금 넣었을 뿐인데 그 맛이 너무 깊고 부드러웠다. 한 잎 한 잎 먹을 때마다 은은한 들기름 향과 적당한 간이 주는 그 맛에 반했었다.
들깨를 털기 전 깻잎이 노랗게 익어가는 때가 있다. 이때의 깻잎을 단풍 깻잎이라 한다. 깻잎을 뜯어 소금물에 삭혀두면 두고두고 좋은 밑반찬이 된다. 이 깻잎 찜은 삭힌 단풍 깻잎의 짠맛을 빼고 된장과 들기름을 넣고 푹 익히는 음식이다.
마당 한편에 심어둔 깻잎이 무성하게 자라 여러 번 깻잎을 따서 쌈도 싸 먹고 비빔국수에도 넣어 먹었다. 깻잎은 무성하게 그 잎을 다시 키워냈다. 깻잎이 많아서 고민일 때 학생들과 수업을 하게 되었다. 채소를 이용한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학생들과 만들어 먹는 것이 임무였다.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채소와 싫어하는 채소를 조사해서 달라고 했더니 싫어하는 채소에 단연코 깻잎이 많이 나왔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깻잎을 맛있게 먹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깻잎 페스토가 떠올랐다. 깻잎 페스토를 만들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파스타와 떡볶이, 리소토를 만들 수 있다.
우선 페스토로 떡볶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깻잎을 만들 때 간을 소금으로 할지 간장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비교해보니 간장으로 하는 것이 훨씬 음식 맛을 풍부하게 내주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재료로 페스토를 만들 때는 소금으로 간을 하지만, 깻잎 페스토는 꼭 간장을 넣어 만든다. 여기에는 물·소금·메주로 오랜 시간 발효시킨 전통 한식 간장을 쓴다. 그러면 치즈를 넣지 않아도 깊은 감칠맛과 단맛, 짠맛의 조화를 즐길 수 있다. 이것이 비건 페스토 맛 내기의 핵심 재료다. 부드럽게 익힌 떡볶이 떡에 깻잎 페스토를 넣어 섞어주면 별미가 된다.
깻잎을 싫어하는 친구들을 위한 두 번째 메뉴는 주먹밥이다. 깻잎 페스토를 넣은 주먹밥을 꽃으로 장식하거나 김을 말아주면 학생들이 맛있게 먹는다. 나중에 재료가 깻잎인 걸 알고는 본인들도 놀란다.
깻잎 페스토가 있으면 더운 여름, 불 없이도 맛있는 한 끼 밥을 차려 낼 수 있다. 미리 부드럽게 익혀온 떡을 볼에 넣고 깻잎 페스토를 2큰술 정도 넣어 잘 버무려주면, 부드럽고 말랑하고 향긋한 떡볶이가 완성된다. 여기에 빨간 고추를 다지고 견과류를 굵게 다져 넣으면 근사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채소도 싫고 씹는 것도 힘든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흰 쌀밥에 깻잎 페스토를 넣어 주먹밥을 만들어준다. 깻잎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은 이게 깻잎인지 모르고 맛있게 주먹밥을 먹는다. 수업의 미션인 채소를 이용한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잘 만들어 먹고 수업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도 주먹밥이다. 예전에는 채소를 먹이기 위해 열심히 다져서 주먹밥에 넣었다. 그러나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 입맛을 변화시키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채소 모습 자체를 바꾸는 조리법을 택했다. 이렇게 하면 깻잎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색다르게 깻잎을 맛볼 기회가 생기고,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형태의 맛과 향을 즐기게 된다.
여름에 깻잎 페스토를 만들어두면 급할 때 주먹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기도 좋고, 어디 선물로 가지고 나가기도 좋다. 여름이 깊어가니 다시 마당으로 나가 깻잎을 부지런히 따야겠다.
레시피
재료: 깻잎 50g, 땅콩 4큰술, 간장 2큰술. 올리브오일(올리브유) 4큰술.
사전 준비
1. 깻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땅콩은 기름기 없는 프라이팬에 볶아 고소한 맛을 증가시킨다.
조리 순서
1. 깻잎을 작게 잘라 준비한다.
2. 믹서기에 오일과 간장, 땅콩을 넣고 갈아준다.
3. 땅콩이 적당히 갈리면 깻잎을 넣어 돌려준다.
4. 병에 담아 오일을 맨 위에 넣어서 보관한다.
팁: 냉동해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