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우들은 주위에 관심을 끄는 것들이 워낙 많아진 탓인지 미사 참례와 기도생활 그리고 구체적인 보람과 성과를 찾기 힘든 신앙생활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사제를 믿고 자신의 어려움이나 속사정을 털어놓는 교우들의 수도 적어지고 있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함께하는 사제를 성인들은 본당이나 사회에서 그들의 위치와 역할에 함께 해주는 사제를 더 가까이 한다. 어떤 교우들은 자신들이 향유하고 있는 세속적 즐거움에 사제들이 동참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사제들은 이런 교우들의 입맛에 매력있는 사목자가 되고자 노력한다.
또 교구나 사회에서 눈에 드러나는 업적을 많이 쌓은 사제만을 휼륭한(?) 사제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이런 사제가 본당 신부로 부임하면 지나친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사제 개인의 재능 행정력 추진력이 사목자에게 요구되는 영성적 면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의 일은 하느님의 일이요 사제를 통하여 이루시는 하느님의 모습은 반드시 직선형의 발전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가시적으로는 본당 발전을 위하여 매우 미미한 성과를 남긴 사제라 하더라도 오히려 신자들의 영적 감수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오늘날 신자들이 바라는 사제의 기준도 어느덧 세속적 잣대와 비교해 볼 때 차별성을 잃어 가고있다. 사제는 십자가를 통하여 십자가의 위치를 설명하고 십자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몸소 지고 십자가의 삶을 자신의 생활로 보여 주어야 한다. 참된 십자가의 삶은 십자가의 형상과 위치가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의 삶의 모습에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과 달리 식단에 밑반찬 수가 월등히 많다. 아무리 특별메뉴를 잘해도 기본 반찬이 충실하지 않고 맛이 없으면 한두번 그 집을 찾다가 발길을 끊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반찬이 충실하면 계속해서 그 집을 찾아간다. 가문대대로 유명한 음식점들은 특별메뉴도 중요하지만 기본반찬에 온갖 정성을 들여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개발한다.
기본은 우리의 바탕이며 근본이다. 기본은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함을 만들어 준다. 기본은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들을 드러나게 해준다. 기본은 재미가 없지만 우리를 만들어 준다. 기본은 값어치가 별로 없지만 우리를 값어치 있게 만들어 준다.
사제는 사제로서 수도자는 수도자로서 신앙인은 신앙인으로서의 기본은
무엇인가? 오늘은 나의 기본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하겠다.
김석주(제주 한림본당 주임)신부
**다음 필자는 김혜림(서울동부시립 아동상담소 사무국장)수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