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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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준 신부의 생활속의 복음]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연중 제27주일 마태 21,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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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시인은 자신이 흘려보낸 많은 사람과 물건이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였을지 모른다고 후회합니다. 우리도 시인처럼 후회할 일이 참 많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인연이, 별것 아니리라 생각했던 많은 사건이, 나중에 돌아보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소중한 선물로 밝혀지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삶에 찾아오는 꽃봉오리들을, 그 소중한 하느님의 선물을 아름다운 꽃으로 피워낼 수 있기를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소작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밭 주인이 소작인들에게서 소출을 받으려고 종들을 보내자, 소작인들은 그게 싫어 심부름꾼들을 모두 죽여버립니다. 소작인들은 밭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맡아서 관리하는 사람이었을 뿐인데, 욕심이 그들의 눈을 가려 그 포도밭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고 만 것입니다. 주인은 그런 소작인들에게 아들까지 보내며 존중을 기대했지만, 소작인들은 “저자가 상속자다. 저자를 죽여버리고 우리가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마태 21,38)라며 아들을 죽여버리고 맙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소작인들을 찾아간 심부름꾼도, 밭 주인의 아들도, 모두 소작인들에게는 꽃으로 피어날 기회였습니다. 주인은 불충한 소작인들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돌아올 기회를 주었지만, 소작인들은 그 마지막 기회까지 모두 걷어차고 탐욕으로 눈을 가린 채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이 소작인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인연을 알아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내 앞에 주어진 일이, 내 삶에 찾아온 사람이, 어떤 기회인지, 무슨 꽃봉오리인지 마음을 열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길을 살피시는 하느님께서는 나를 힘들게 하는 만남과 예상하지 못한 사고 속에서도 당신의 선하신 뜻을 드러낼 줄 아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욕심에서 한 발짝 떨어져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삶에 찾아오는 꽃봉오리들을 놓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색색의 꽃봉오리들이 우리의 삶에서 아름답게 만개할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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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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